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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따개가 없는 마을

                  구효서 소설 / 세계사

 

<책소개>

 

<바다개미 후기>

 

이러니 저러니 해도 소설쓰기란 결국, 하찮은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기거나 진지한 것을 하찮게 생각하기 둘 중 하나다.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저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 일과 친숙해집니다. 먹은 일을 피할 순 없지요. 시간이 걸려도 아주 꼼꼼히 그 일을 해냅니다. 나름대로 세워 놓은 순서와 원칙을 위반하지 않습니다. 대충대충 해서는 그 일과 친숙해 질수 없지요.  

 

자신이 하는 일을 꼼꼼히  한다는 건 성격적인 문제일수도 있지만 일에 대한 애정의 문제이기도 하다.

일을 하지만 나름대로 세워 놓은 순서와 원칙이 없다면 타인의 등장에 긴장하기 쉽고 타인에 지적에 화가 나기도 쉽다. 꼼꼼하게 나름의 기준으로 진행한다는 건 외부 환경에 영향을 덜 받으면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삶을 안다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지만 간단한 방법이 있긴 있지요.

어떻게든 알아내려고 애쓰지 않는 거예요. 이리저리 노려보고 만져보고 하지 않는 거라구요.....삶에서 떠나는 거예요. 멀어지는 거죠...멀리멀리, 난 모르겠다. 네 까짓 것 거기 있을려면 있어라. 난 떠나마, 하고 떠나는 거예요. 다르게 말하면 삶 자체를 포기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지요. 삶을 포기할 수 있어야 삶은 제 모양의 지도를 비로소 내놓거든요. 삶을 포기하는 것, 삶으로부터 버림당하는 것도 삶으로부터 떠나는 한 방식이지요.

철저하게 버림 당하는 것.....

멀어져 갈수록 삶이라는 것이 지니고 있는 색깔이며 냄새며 형태같은 것들이 드러나지요. 지도가 그려지는 거예요. 

 

삶을 노려보고 만져보려 할 때는 주변사람들을 만났을 때가 아닌가 싶다. 오랜만의 주고 받는 안부인사에 나도 모르게 나의 삶을 타인의 삶과 비교하고 재단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삶을  놓는다는 건 위의 말처럼 포기가 아니라 타인의 영역에서 나의 삶을 꺼내 자유를 준다는 것이다. 자유로운 삶을 살아간다면 훗날 나만의 냄새를 풍기는 삶을 찾을 수 있다.

 

산은 명작과 같은 것이어서, 해를 달리해 오르면 오를수록 그 맛과 감동이 다르다.  

 

산과 명작은 정복의 의미를 정해둔 것이 아니라 그때의 상황과 감정으로 정상의 기쁨을 느끼기 때문에 그 맛과 감동이 다르다. 그래서 삶이라는 긴 여정도 하나의 정복의 의미를 두었다간 그 목적을 이루었을 때 충만함의 우울을 겪게 된다.

 

망각의 두려움 때문에 무엇인가를 허겁지겁 메모하고 난 뒤의 쓸쓸한 허탈감

  

순간의 기억을 잡으려는 몸부림이 메모가 아닐까. 몸부림 뒤 허탈감을 가질 순 있지만  메모는 기억을 이어주는 동아줄의 역할을 해서 놓치기 쉬운 삶의 여백을 채워준다.

 

연극토대가 점점 현실이 아닌 연극 자체가 되어가고 있어. 무섭게 에스컬레이터 되니까 나중엔 뭐가 뭔지 모르게 되는 거지. 누구나 다 알다시피 연극이란 건 현실을 적당히 왜곡하고 재구성해서 소기의 메시지나 감동따위를 전달하는 게 아니겠어. 그럼으로 써 현실인식을 환기해 보자는 게 연극의 고전적인 이유가 될텐데 말야. 이런 고리타분한 얘긴 이미 우스운 건지도 몰라. 어쨌든 연극을 보고 펑펑 울던 사람이 현실로 돌아가면 그렇게 목석일수가 없어. 그래서 한번은 내가 대본을 썼지. 싱거울 정도로 평범한 우리 사는 얘길 쓴거야. 소소하지만 그대로 우리들 얘기. 어렵게 어렵게 무대에 올렸지. 내 첫 연출작품이기도 해. 그랬더니 세평이 어땠는 줄 알아? 지독하게 난해하다는 거야. 뭔지 잘 모르겠다는거지. 작품 속에 숨어 있는 대단한 의미를 찾자니 영 안 찾아지거든. 그러니까 난해하다는 거야. 제기랄. 현실에서는 뭐가 심각하고 뭐가 대단하건지 관심도 없고 까막눈인 주제에. 연극을 보러와선 눈을 붉히고 굉장한 것만 찾더라구.

 

나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별다르지 않는 삶을 살면서 영화나 연극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으려 한다. 상업영화에서는 잘 찾아 지는  메시지가 다큐멘터리 영화로 오면 찾기 어렵다. 그래서 어렵다는 이유로 멀리하게 된다. 그러나 나는 위의 이야기에 반박하려 한다. 영화나 연극은  재구성이 필요하다.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하면 왜 사람들이 연극이나 영화를 보러 할까. 재구성하고 왜곡하고 꾸며서 내놓아야 한다. 완전 상업적인 의미를 갖자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면 현실이 아닌 것 같은 현실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에게 반성과 생각의 영역을 만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다.

 

<총론>

구효서 작가님의 단편집.

깡통따개를 없는 마을 처럼. 우리에게 언제부터인가 깡통따개는 필요없는 물건이 되었다.

있어도  없어도 되는 물건이 되어버린 깡통따개처럼 불 분명해진 물건에 의미를 생각해본다.

의미가 있어야만 물건이 아니듯이 우리사회에서는 배경이 되어야 하는 형태들이 있다.

연극이기도 하고 소설이기도 하다. 실용도만으로  건강한 삶을 영유 할 순 없다.  

 

굵은 글씨는 본문의 내용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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