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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시인 이상국
시집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부엌에서 밥이 잦고 찌개가 끓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나는 벌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 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또 어떤 날은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자국을 안 보이려고
온몸에 어둠을 바르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일찍 돌아가자
골목길 감나무에게 수고한다고 아는 체를 하고
언제나 바쁜 슈퍼집 아저씨에게도
이사 온 사람처럼 인사를 하자
아내가 부엌에서 소금으로 간을 맞추듯
어둠이 세상 골고루 스며들면
불을 있는 대로 켜놓고
숟가락을 부딛치며 저녁을 먹자
< 바다개미 후기 >
일찍 집으로 들어가는게 속상한 일을 들킬까 봐 밖으로 돌아간 적 없나요? 상처 안 보이려고 어둠이 짙어질 때 돌아가는 일은 없었나요?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숟가락 부딪치며 저녁을 먹자'는 시인 말처럼 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 해당시의 저작권은 시인에게 있습니다.
* 저작권 문제시 바로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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