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며
시인 렴형미
시집 <ASIA> 제4호, 2007
처녀시절 나 홀로 공상에 잠길 때면은
무지개 웃는 저 하늘가에서
날개 돋쳐 훨훨 나에게 날아오던 아이
그 애는 얼마나 곱고 튼튼한 사내였겠습니까
그러나 정작 나에게 생긴 아이는
눈이 크고 가냘픈 총각애
총 센 머리칼 탓인 듯 머리는 무거워 보여도
물푸레지아인 양 매출한 두 다리는
어방 없이 날쌘 장난꾸러기입니다.
유치원에서 돌아오기 바쁘게
고삐 없는 새끼염소처럼
산으로 강으로 내닫는 그 애를 두고
시어니도 남편도 나를 탓합니다.
다른 집 애들처럼 붙들어놓고
무슨 재간이든 배워줘야 하지 않는가고
그런 때면 나는 그저 못 들은 척
까맣게 탄 그 애 몸에 비누거품 일구어댑니다
뭐랍니까 그대 하는 대로 내버려 두는데
정다운 이 땅에 축구공처럼 그 애 맘껏 뒹구는데
눈 올 때면 눈사람도 되어보고
비 올 때면 꽃잎처럼 비도 흠뻑 맞거라
고추잠자리 메뚜기도 따라잡고
따끔따끔 쏠쐐기에 질려도 보려무나
푸르른 이 땅 아름다운 모든 것을
백지같이 깨끗한 네 마음속에
또렷이 소중히 새겨 넣어라
이 엄마 너의 심장은 낳아 주었지만
그 속에서 한생 뜨거이 뛰어야 할 피는
다른 아닌 너 자신이 만들어야 한단다
네가 바라보는 하늘
네가 마음껏 뒹구는 땅이
네가 한생토록 안고 살 사랑이기에
아들아, 엄마는 그 어떤 재간보다도
사랑하는 법부터 너에게 배워주련다
그런 심장을 가진 재능은
지구 우에 조국을 들어 올리기에...
<바다개미 후기>
" 한생 뜨거이 뛰어야 할 피는 다른 아닌 너 자신이 만들어야 한단다' 구절에서 아이를 사랑하지만 독립된 인격체를 대하는 어머니의 큰 마음이 느껴집니다. 림형미 시인은 북에서 활동하는 젊은 시인으로 시에서 우리가 사용하지 단어가 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라를 떠나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은 만국 공통인 것 같습니다.
* 해당 시의 저작권은 시인에게 있습니다.
* 저작권 문제시 바로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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