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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풍경
박남준
시집 < 적막> 중에서
겨울 햇볕 좋은 날 놀러 가고
사람들 찾아오고
겨우 해가 드는가
밀린 빨래를 한다. 금세 날이 꾸무럭거린다
내미는 해 노루꽁지만 하다
소한대한 추위 지나갔다지만
빨랫줄에 널기가 무섭게
버쩍 버썩 뼈를 곧추세운다
세상에 뼈 없는 것들 어디 있으랴
얼었다 녹았다 겨울빨래는 말라간다
삶도 때로 그러하리
언젠가는 저 겨울빨래처럼 뼈를 세우기도
풀리어 날리며 언 몸의 세상을 감싸주는
따뜻한 품 안이 되기도 하리라
처마 끝 양철지붕골마다 고드름이 반짝인다
지난 늦가을 잘 여물고 그중 실하게 생긴
늙은 호박들 이 집 저 집 드리고 나머지
자투리들 슬슬 유통기한을 알린다
여기저기 짓물러간다
내 몸의 유통기한을 생각한다. 호박을 자른다
보글보글 호박죽 익어간다
늙은 사내 하나 산골에 앉아 호박죽 끊인다
문밖은 여전히 또 눈보라
처마 끝 풍경 소리 나 여기 바람 부는 문밖 매달려 있다고
징징 거린다.
<바다개미후기>
눈이 날리고 매서운 바람에 움츠려 드는 모습을 '뼈을 세운다' 표현할 수 있다니 시인의 눈은 다른가 봅니다.
이렇게 추운 날은 늙은 사내처럼 호박죽을 끊이며 창밖의 눈보라 보는 게 최고의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다들 추운 겨울 잘 지내고 계신가요?
* 해당 시의 저작권은 시인에게 있습니다.
* 저작권 문제시 바로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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