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긋다

시인 강정숙

시집 <환한 봄날의 장례식>중에서

 

허공에 세심한 획을 긋는 나뭇가지는

낸 몸의 가장 가느다란 손가락이다

가리킬래야 가리 킬 수 없는 사막과 같이

거긴 끝도 없고 시작도 없다

어느 날부터인가 그 가지 끝에 바람 들었다.

꺾이는 곳마다 부종이 오르고

돌쩌귀같이, 잘린 집게벌같이 아귀가 맞지 않는다.

산비알 천수답은 겹겹 잔주름을 그어 물길을 가둔다.

사람의 내부에도 그런 물길이 있어

머리에서 발끝까지 소통의 틈새를 박는다.

남몰래 내쉬는 한숨소리가 내 귀를 긋고 지나가면

심장의 먼 외곽인 그곳엔 더 이상

기록할 샘이 없다.

 

사위를 긋고 사는 새벽별은 쌀쌀하고 쓸쓸하다

내 짐을 긋는 것은 오래된 편두통이다

제자리를 빠져나간 결혼 반지는

그와 나 사이에 실금을 긋는다

가지를 뚝뚝 접던 몇변의 겨울과

물 오르지 않는 봄이 오면

마음보다 손 끝이 먼저 아파온다

 

이제 뭔가를 긋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 이렇듯

피로 얼룩진 시간만을 바라볼 뿐이다.

 

<바다개미 추천 이유>

 

사람에게 긋다의 의미는 마음이나 삶에서 새로움을 찾으려고 틈을 만드는 행위를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 틈을 만드는 이유가 현실이 지독히 힘들어서 그런 것도 아닌데 내 삶과 마음은 계속 들어올 틈을 만듭니다.

그 틈을 만들어 놓고 정작 무언가가 오면 변화가 싫어 반가워 하지도 않으면서 그 틈은 마치 숨구멍처럼 필요합니다.

근데 그 틈이 커져서 내 인생 전체를 흔들수 있는 것이 되는 것을  달가워 하지 않는 걸 보면 우숩기도 합니다.

 

어떤 누구도 인생을 뒤 흔들 틈을 처음부터 만드는 바보는 없습니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급작스런 변화에 익숙한 동물이 아닙니다.

다들 재미를 위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꿈에 대한 끈으로 틈을 만들고 살아가다가 자기도 모르게 커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사회는 그 틈이 만들수 있는 위험성을 먼저  걱정하느라

틈을 만드는 것이 아무소용없는 짓을 하는 것으로 치부해 버립니다.

 

숨이 살아 움직이지 않는 공간은 죽은 공간입니다. 시 처럼 피로 얼룩진 시간을 바라 보면 늙을 뿐입니다.

저마다의 틈으로 나의 하루에 숨을 넣기를 희망하며 이 시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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