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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정진규

 

 

삽이란 발음이, 소리가 요즈음 들어 겁나게 좋다. 삽, 땅을 여는 연장인데 왜 이토록 입술 얌전하게 다물어 소리를 거두어 들이는 것일까 속내가 있다. 삽, 거칠지가 않구나 좋구나 아주 잘 드는 소리, 그러면서도 한군데 모아지는 소리, 한 자정(子正)에 네 속으로 그렇게 지나가는 소리가 난다 이 삽 한 자루로 너를 파고자 했다. 내 무덤 하나 짓고자 했다 했으나 왜 아직도 여기인가 삽, 젖은 먼지 내 나는 내 곳간, 구석에 기대 서 있는 작달만한 삽 한자루 닦기는 내가 늘 빛나게 닦아서 녹슬지 않았다. 오달지게 한번 써볼 작정이다. 삽, 오늘도 나를 염(殮)하며 마음 볏짚으로 한나절 나를 문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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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가치보다는 돈의 가치가 우선이 세상.

삽이라는 단어는 노동의 가치를 뜻하는 말이다. 한 사람의 노력이 한 단어로 집약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노력보다 댓가가 우선이다 보니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과정을 지적하는 시선에 무관심해져 가는 우리들에게

나는 이 시와 더불어 노동의 가치를 말하고 싶어졌다.

 

내가 한  노동보다 받은 돈의 가치가 적더라도

세상의 잣대에 내가 나를 작게 만들지 않기 위해선

나를 염하며 한나절 나를 문질러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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