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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집을 생각함

                시인 권혁웅

                시집 <마징가 계보학>

 

그 집은 온갖 진미의 공장

집 주인이 가래떡을 넣고 돌리면

작고 하얀 얼굴들이 아옹다옹 한방에서 나와

떡국속으로 쏟아져 들어갔지

그가 내놓은 시루떡은

팥고물도 새까맸지 안방 구들장처럼

다숩게 녹아 있었지

아버지가 형과 누나와 나를 떡메로 쳐서

네모나게 잘라두면

그가 가루를 묻혀 인절미를 만들어냈지

우리 집에 없는 건 그 콩가루였네

사람들이 담장 너머로 쑥덕쑥덕

씹듯이 우리를 건네다보았네

우리는 얻어맞은 찹쌀처럼

차지게 손을 잡았지 개피떡에 든 소처럼

조그맣게 웅크렸지 그가

아픈 자리마다 참기름을 발라주었네

먹다 남은 막걸리와

뜨거운 물을 멥쌀에 개어 증편을 만들 때엔

우리 마음도 함께 증발했지

그래, 우리는 그렇데 그 집을 떠났지만

지금도 그 집을 생각하면

나는 백설기처럼 마음이 하얗게 되네

돌아보지 않아도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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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가루가 아니였던 서로에게 먹거리가 되어주던 어린날

고생보단 서로의 온기가 기억되는 과거

갈수록 퍽퍽해져만 가는 세상에

과거의 기억이 온기가 될까 해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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