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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꽃

 

                       시인 유안진

                       시집 <다보탑을 줍다>중에서..

 

이 마을도 비었습니다.

국도에서 지방도로 접어들어도 호젓하지 않았습니다.

폐교된 분교를 지나도 빈 마을이 띄엄띄엄 추웠습니다.

그러다가 빨래 널린 어느 집은 생가보다 반가웠습니다.

빨랫줄에 줄 타던 옷가지들이 담 너머로 윙크했습니다.

초겨울 다 저녘 때에도 초봄처럼 따뜻했습니다.

꽃보다 꽃다운 빨래꽃이었습니다.

꽃보다 향기로운 사람냄새가 풍겼습니다.

어디선가 금방 개 짖는 소리도 들린 듯했습니다.

온 마을이 꽃방이었습니다.

골목길에 설핀 빨래 입은 사람들은 더욱 꽃이었습니다.

사랑보다 기막힌 꽃이 어디 또 있습니까

지나와놓고도 목고개는 자꾸만 뒤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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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고 있다는 흔적은 빨래를 널어놓은 걸로 알 수 있습니다.

동네에 빨래 꽃이 많고 다양하다는  건 사람도 많고 여러계층의 사람이 모여있다는 말입니다.

사람에 대한 반가움을 빨래 꽃을 보고 시인은 느낍니다.  

 

사람을 피해 홀로 길을 떠났다가 떠난 곳에서 사람의 자취의 찾는 것이 사람입니다.

그 만큼 빨래꽃이나 개 짖는 소리가 반갑게 들려옵니다.

집집마다 문 닫고 살기 보다는 빨래 꽃도 보고 소리도 공유하는 옛마을을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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