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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이정록

        책 <나에게 문병가다> 중에서..

 

양수를 여섯 번이나 담았던

당신의 아랫배는

생명의 곳간, 옆으로 누우면

내가 제일 고생 많았다며

방바닥에 너부러진다

긴장을 놓아버린 아름다운 아랫배

누가 숨소리 싱싱한 저 방앗간을

똥배라 비 웃을수 있는가

허벅지와 아랫배의 터진 살은

마른 들녘을 적셔 나가는 은빛 강

깊고 아득한 중심으로 도도히 흘러드는

눈부신 강줄기에 딸려들고파

나 문득 취수장의 물처럼 소용돌이 친다

뒤룩뒤룩한 내 뱃살을

인품 인 양 어루만지는 생명의 무진장이여

방바닥도 당신의 아랫 배에 볼 비비며

쩔쩔 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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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아기를 담았던 세숫대야 이기도 하고

음식과 물을 처리하는 처리장이기도 하다.

세숫대야로 이런 상상을 할수 있다니 시인의 시심에 놀란다.  

 

지금은 누우면 방바닥에 노상을 깔듯이 널부러지는 배지만

그 배가 그렇게 늙고 쩔쩔 끓는 바닥의 위로를 받을 때까지의

세월을 생각하면  그 배의 고난이 떠오른다.  

 

세월이 새긴 무늬는 우리 몸 곳곳에 남지만 우리의 중심인 배의

나이테는 선명하다. 그 만큼 우리 몸 중에서 가장 치열했던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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