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 산문집 <미안한 마음 >
함민복 / 돌그림
<책소개>
삶의 갈피에 미안한 마음이 묻어 있는 함민복의 이야기를 만나다!
많은 이들의 깊은 사랑을 받는 작품을 발표해온 함민복 시인의 산문집『미안한 마음』. 10여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강화도의 바닷바람을 맞아온 저자가 강화도 사람들과 함께 살며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미안한 마음'으로 담아낸 책이다. 사십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시를 쓰는 저자의 문학적 모태가 되는 이야기를 고백하기도 하고, 추석 때 고향에 못 가고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는 자신의 아픔을 보여주기도 한다. 늦가을 바닷가 마을의 하루는 어떠한지, 지름길을 버리고 살아가다 보면 만날 수도 있는 밤길은 어떠한지, 추억으로 남은 첫눈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솔직하고 담백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강화도의 건강한 생태처럼 말랑말랑한 힘을 뿜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의 생활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마시멜로 이야기>, <경제학 콘서트> 등에 그림을 그려온 일러스트레이터 추덕영의 그림이 곳곳에 펼쳐져 있어 즐거움을 더해준다.
<바다개미 후기>
밤길을 여러번 걸어보았습니다. 밤에 길을 걸으면 길이 잘 들립니다. 길의 냄새가 잘 맡아집니다. 조용해서 소리의 길을 되기도 합니다. 논물 잡아놓은 논에서 개구리 울음소리가 미끈미끈 넘어와 길을 지나기도 하고요. 울음 선생 소쩍새 강의를 들을 수도 있지요. 잠시 걸음을 멈추어 서면 길이 얼마나 과묵한가를 느낄 수 도 있고요. 아마 다들 그럼 경험 있을 실걸요.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는 그때는 머리카락을 손이나 모자로 눌러주면 맘이 편안해집니다.
어둠은 은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어둠속에서 보는 것이 더욱 선명할때가 있다. 그것이 고민이나 걱정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때론 인간관계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렵고 어두운 현실속에서 나의 사람들은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수마(水魔) 몸의 거지반이 물로 된 사람이 물에게 마(魔)란 말을 쓸 수 있을까. 아무리 물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다고 해도 마란 말을 함부로 쓸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물길에 사람들이 살아 피해를 본것이 아닌가. 사람들의 대기의 온도를 올려놓아 물의 순환질서를 어지럽힌 결과로 폭우 피해를 보는 것 아닌가. 피해를 크게 보았다고 하더라도 마란 말을 쓰지 않고 옛사람처럼 그냥 "큰물이 났다"고 해야 옳지 않을까.
태풍으로 인한 비 피해가 매년 반복 된다. 우리는 그 비 피해를 두고 '수마가 할퀴고 갔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수마의 길은 물의 원래의 길이 아니라 우리가 터준 길이다. 우리가 터준 길이 우리를 공격했다고 물을 원망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길이 잘 못되었다면 그 길을 바로 잡고 물의 성질을 원래되로 한 후에 피해를 입었다면 그때 지적함이 옳다.
풀을 베다가 쉬면서 맡는 풀 냄새는 정말 향기로운 것일까. 몸 잘린 풀의 냄새가 향기롭다니 새소리가 정말 아름답게 들리는 것일까. 새소리에 나비가 놀라고, 놀란 나비가 다가오던 방향을 바꿔 실망한 꽃 빛깔이 순간 옅어졌을텐데, 내 감각에, 잔인함을 아름답게 느끼는 폭력성이 이미 내재되어 있는 것을 아닐까. 썩어 내가 못 먹게 된 음식에서만 악취를 맡는 내 후각도 감각에 내재된 폭력성을 뒷받침해줄수 있는 증거가 되지는 않을까.
위의 문장은 내가 가진 생각에 일침을 가했다. 우리가 풀냄새라고 이야기하는 건 흔들리는 바람을 타고 온 냄새가 아니라 풀이 잘려나가거나 뽑힌 곳에서 나는 냄새이다. 자연의 정복하려고만 하는 우리는 잔인함이 가져온 냄새에서 낭만을 느끼는 불완전한 존재가 되었다. 우리가 쉽게 느끼는 감각도 한번 쯤 되짚어 보아야 한다.
"까치는 영리해 태풍에 스러질 나무에는 집을 짓지도 않는다는데...."
동물이나 식물만큼 똑똑한 존재는 없다. 우리가 똑똑하다는 가치를 지식에 한정해서 인정하지 못할뿐이지. 자연을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가진 능력은 우리를 때론 뛰어 넘는다.
"형님 장작 패는 법 아시껴?"
"나이테 많은 쪽을 치랍니다"
"그러니까 나무들이 숨기고 있는 여름쪽을 내리치면 된다는 말이구나"
"아하, 그렇군. 혁명하고 같구먼. 오해는 말고, 그러니까 여름쪽이 아니라 편하게 산 쪽이 못탐봐라"
나이테가 많은 쪽을 패야만 장작이 쉽게 패진다는 말은 치열하게 살았던 삶을 변화해야 전체의 삶을 바꿀수 있다는 말과 같지 않을까. 치열하게 살았기에 그 사람을 평가하려면 삶의 치열한 부분을 이야기 해야만 그 삶을 이해할수 있고 다시금 조명하여 새롭게 보일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총론>
함민복. 그의 밥은 특별하다.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에 어폐는 없는지 쓸 재료까지 정성스레 살핀다. 그가 지어낸 밥과 같은 글을 읽으면 뱃속까지 따뜻한 이유는 시인의 이와 같은 정성 때문이다. 그는 봄을 일컬어 "봄이 오면 꽃 예쁜 꽃비를 맞아야지"하고 말하는 따뜻한 사람이다.
굵은 글씨는 본문의 내용임을 알려드립니다.
'개미 책과 통하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픽션 클럽- 당신의 삶은 잘 팔리는 이야기인가요? (0) | 2013.12.11 |
---|---|
책-아무도 섬에 오라고 하지 않았다- 이생진의 고독속으로 독자를 부르다. (0) | 2013.12.11 |
책-On Photogaraphy - 수전손택이 우리에게 사진을 찢고 던지다 (0) | 2013.12.11 |
책-대화- 언론인 리영희의 어깨를 넘겨다 본다. (0) | 2013.12.11 |
책-부끄러움- 한발을 담궈라. 고민은 그 이후에 하라. (0) | 2013.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