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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累)
시인 이병률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중에서..
늦은 밤 쓰레기를 뒤지던 사람과 마주친 적 있다.
그의 손은 비닐을 뒤적이다 멈추었지만
그의 몸 뒤편에 밝은 불빛이 비쳐들었으므로
아뿔사 그의 허기에 들킨 건 나였다
살기가 그의 눈을 빛나게 했는지 모르겠으나
환히 웃으며 들킨 건 나라고 뒷걸음질쳤다.
사람을 하러 가는 눈과 마주쳤을 때도 그랬다.
늦은 밤 빨랬감을 털고 있는 내방 창문을 지나
막다른 골목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던 숫그림자는
구두 굽에 잔뜩 실은 욕정을 들키자.
번뜩이는 눈으로 달겨들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럴 땐 눈이 눈에게 말을 걸면 안되는 심사인데오
자꾸 아는 척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처럼
내 눈은 오래도록 그 눈들을 따라가고 있다.
또 한번 세상에 신세를 지고야 말았다 싶게
깊은 방 쓰레기 자루를 뒤지던 눈과
사랑을 하러 가는 눈과 마주친 적 있다.
<바다개미 추천이유>
여러가지의 시선이 세상에 존재하듯이 우리는 그 여러가지 시선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 모습이 초라해서 세상을 분노의 시선으로 보기도 하고
욕정에 서두르기도 하며 삶에 지쳐 세상을 관조하듯 바라보기도 한다.
사람은 그런 여러가지 시선으로 온 생을 살아간다.
저작권은 시인과 출판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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