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누(累)

 

시인 이병률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중에서..

 

늦은 밤 쓰레기를 뒤지던 사람과 마주친 적 있다.

그의 손은 비닐을 뒤적이다 멈추었지만

그의 몸 뒤편에 밝은 불빛이 비쳐들었으므로

아뿔사 그의 허기에 들킨 건 나였다

살기가 그의 눈을 빛나게 했는지 모르겠으나

환히 웃으며 들킨 건 나라고 뒷걸음질쳤다.

사람을 하러 가는 눈과 마주쳤을 때도 그랬다.

늦은 밤 빨랬감을 털고 있는 내방 창문을 지나

막다른 골목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던 숫그림자는

구두 굽에 잔뜩 실은 욕정을 들키자.

번뜩이는 눈으로 달겨들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럴 땐 눈이 눈에게 말을 걸면 안되는 심사인데오

자꾸 아는 척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처럼

내 눈은 오래도록 그 눈들을 따라가고 있다.

또 한번 세상에 신세를 지고야 말았다 싶게

깊은 방 쓰레기 자루를 뒤지던 눈과

사랑을 하러 가는 눈과 마주친 적 있다.

 

<바다개미 추천이유>

 

여러가지의 시선이 세상에 존재하듯이 우리는 그 여러가지 시선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 모습이 초라해서 세상을  분노의 시선으로 보기도 하고

욕정에 서두르기도 하며 삶에 지쳐 세상을 관조하듯 바라보기도 한다.

사람은 그런 여러가지 시선으로 온 생을 살아간다.

 

저작권은 시인과 출판사에 있습니다.

저의 글에 공감하신다면 엄지손가락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없이 추천 가능합니다.

반응형
LIST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