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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의 꿈

 

                            시인 정경화

                            시집 <풀잎> 중에서....

 

지난날 에미의 꿈도 뼈시린 초록이었다

그늘진 한 시대의 뒤뜰을 홀로 지키며

겹겹이 포박 당한 채 헛말로나 탑을 쌓던

 

단 하루 볕살이면 바스라질 뼈와 상을

얼었다가 풀리고 또 얼기를 수십번

돌아온 장날 밤이면 별빛마저 풀어 주었다

 

먼 징용의 나루마다 지친 배가 돌아오면

흥부뎐 박 익는 시간 함께 끓는 뚝배기 속에서

그 누구 시린 세월의 어혈을 풀어주랴

 

그래, 에미의 꿈도 뼈가 시린 초록이었다

허리 꺾어 건너왔던 보릿고개 석삼년을

가슴에 곰삭여 두고 긴 새벽을 깨우자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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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가 슬픈건 초록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시래기 나름의 역할에 집중하기 보다는

초록이였을 때의 한 일생을 추억하기엔 너무나 지난 세월이 서글프게 다가옵니다.

 

지금의 모습이 자신이 꿈꾸던 모습이 아닐지라도

누구의 어혈을 풀어주는 존재가 된 시래기처럼

세월을 서글프게 하기 보다는 담담하게 과거를 추억하는 하루입니다.

 

저작권 문제시 바로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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