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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골국
시인 조용석
시집 <선명한 유령>중에서...
일평생 고된 노동으로 굵어진 뼈들이
가마솥 안에서 부글부글 끓었다.
건초만 먹고 순하게 여물었는데도
뼈는 속 깊은 곳에서부터 기름을 뻘뻘 흘린다.
기름과 맹물이 온몸으로 서로를 애무하며
끈적거리는 거품들을 낳는다.
한번도 본적 없는 사람들의 골수가 되기 위해
지푸라기만 곱씹으며 몸을 불려온 소.
느릿느릿 살아온 것도 죄가 되는지
소는 죽어서도 무수한 칼질을 당해야 했다.
도살장을 나와서부터 나는
머리며 가죽이며 살점들 뿔뿔이 흩어버린 채
몸도 마음도 가벼이 꼬리와 다리의 뼈만 챙겨
가정집 주방으로 흘러들어 맹렬히 육탈(肉脫)하고 있다.
한나절 푹 고아진 사골국을 뚝배기에 담아
후루룩 단숨에 비우고 나니
막 소신공양을 끝낸 큰스님이 사리 몇 알
뚝배기 바닥에서 달그락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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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시에서 의미를 찾기 보다는 표현에 감탄 한 시
사골국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니 무궁무진한 말의 세계
함께 하고 싶어 나눕니다.
저작권 문제시 바로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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