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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시인 이승하
시집 <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
작은 발을 쥐고 발톱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붙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못자리 같아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
가만히 계세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바다개미 후기>
저도 가끔 엄마의 발톱을 깎아드릴 때가 있습니다. 저에게 당신 발을 내미는 모습이 낯선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시인처럼 어머니에게 안기어 엄마의 된바람 소리를 들어 본 적은 없지만 오늘은 이 시를 소개하면서 엄마도 할머니의 소중한 딸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해당 시의 저작권은 시인에겐 있습니다.
* 저작권 문제시 바로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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