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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시인 이영광
시집 <나무는 간다> 중에서
너는 내 표정을 읽고
나는 네 얼굴을 본다
너는 쾌활하고 행복하게 마시고 떠든다
그래서
나도 쾌활하고 행복하게 마시고 떠든다
그러다 너는 취해 운다
그래서 나는 취하지 않고 운다
눈물을 닦으며, 너는 너를 사랑한다
눈물을 닦으며,
나는 네 사랑을 사랑한다
너는 나를 두고, 집으로 갈 것이다
나는 너를 두고, 오래 밤길을 잃을 것이다.
네 얼굴엔 무수한 표정들이 돛처럼 피어나고
내 얼굴엔 무수한 표정들이 닻처럼 잠겨 있다.
<바다개미 후기>
바라본다는 건 단순히 본다는 의미를 넘어서 관찰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더 나아가 같은 표정을 짓는다는 건 그 사람의 감정에 동요되어 닮아간다는 말로 들리기도 합니다. 이는 ' 너는 취해서 울고 나는 취하지 않고 운다'를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근데 마지막에 '너의 표정은 돛처럼 피어나는데 나의 표정은 닻처럼 잠겨 있다'는 말을 보니 아직 닻이 돛이 되지 못한 것 같네요. 오늘은 하루 일과 중에 누군가의 표정을 제대로 본 적 있었는지 그리고 같이 웃거나 울으며 같은 표정이 된 적은 없었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 해당 시의 저작권은 시인에게 있습니다.
* 저작권 문제시 바로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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