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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함에 대하여
시인 임정옥
시집 <어머니의 완장> 중에서..
욕심이 언제나 화근이다.
종일 책 욕심에 끼니 놓친 늦은 저녁
따뜻한 물 한 잔 마시다 말 걸
된장국 끓이려다 식탐이 발등 찧는다
감자 썰고 호박 고추 썰어두고
무딘 칼에 힘 주어 파 썰다
무거운 나무 도마 쿵 떨어뜨렸다
상처 감싸 쥐고 주저앉는데
아프다는 말 대신 후회가 온다
그건 좁은 공간에 도마 삐딱하게 놓은
성급했던 내 탓, 살면서
어떤 일이든 후회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두 눈 뜨고 발등 찧는 일 많았다
삶에 대책 없이 구멍 뚫린
자꾸만 푹푹 빠지는 블랙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이건 어디에서 온 벌일까
어느 물건과 물건 사이에
마음 삐딱하게 놓아둔 것일까
왼잘을 끌며 병원 가는 길
현관에 어지러이 흩어진 신발부터
가지런히 놓아둔다
오늘 문득 '내 일상이 망가져 가고 있는 데 못 느끼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맛있는 걸 절제 없이 먹은 탓에 살이 올랐고 운동을 소홀한 탓에 운동하는 것도 힘이 들더라고요. 이 시를 읽으며 '두 눈 뜨고 발등 찧는 일'을 내가 스스로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 봅니다. 일상부터 가지런히 해 봐야 겠습니다.
* 해당 시의 저작권은 시인에게 있습니다.
* 저작권 문제시 바로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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