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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
시인 이병률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 중에서
만약 내가 여자였다면 집을 지을 것이다.
아프리카 마사이 여부족처럼
결혼해서 살 집을 내 손으로 지을 것이다.
꽃을 꺾지 않으려는 마음도 마음이지만은
꽃을 꺾는 마음도 마음이라고 말할 것이다.
내가 여자라면 사랑한다고 자주 말할 것이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자신을 매번 염려할 것이다.
내가 여자라면 칼을 들고 산으로 빨려 들어가 춤을 출 것이다.
그러다 작살을 뒤고 한 사내의 과거를 헤집을 것이다.
외롭다고 말한 뒤에 외로움의 전부와 결속할 것이다.
내가 여자로 태어난다면 고아로 태어나
이붙 밑에다 북어를 숨겨둘 것이다.
숨겨 두고 가시에 찔리고 찔리며 살다
그 가시에 체할 것이다.
생애동안 한 사람에게 나눠 받은 것들을
지울 것이며
생략할 것이다.
<바다개미 후기>
시는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읽힙니다. 처음에는 오로지 혼자인 채로 산다는 건가 싶어서 포스팅해야지 했는데 쓰다 보니 오로지 혼자를 말하는 게 아니라 그때 최선을 다하돼 마지막에 혼자임을 명심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말로 들였습니다. 함께 하되 둘이 하나가 아닌 둘로 함께 해야지, 셋이 되면 셋이 합쳐진 하나가 아닌 셋이 하나로 살다가, 다시 하나가 되어도 내 삶을 온전히 살아내야지 다짐하게 됩니다.
* 해당 시의 저작권은 시인에게 있습니다.
* 저작권 문제시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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