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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수의 판화 그림을 보고 있으면 잔잔한 기쁨과 하루하루의 삶에 새로운 성찰을 갖게 된다..." 깐깐한 안목으로도 잘 알려진 법정스님은 생전에 목판화가 이철수의 작품을 이렇게 평했다. 비우고 덜어내 더 이상 빼낼 것이 없을 만큼 담백한 선화 같은 그림이다. 깊고 넓은 사유에서 비롯되는 시적 문장이 함께 어우러진다. 그림을 그리고, 목판에 칼로 새기고, 찍어내는 판화 특유의 맛 또한 있다. 너나없이 작품을 한참씩 들여다 보고 또 되새김질을 한다. 작가에게 "왜 많은 이들이 작품을 좋아하고 또 곁에 두고 자하는 것일까"라고 10여 년 전에 물은 적이 있다. 그는 " 나 자신을 지키고, 심신을 곧추세워 더러운 삶을 살지 않기 위해 애쓰고 고민한 결과가 공감을 부르는 것이 아닐까"하고 짐작했다. 1)

 


1. 농사를 권함

"귀농한 사람들 궁상떨며 퍼질러 사는 게 싫었어요. 왜 농사짓는 사람은 일 끝나고 나면 손 씻고 책을 볼 수 없느냐, 말이죠. 난 논에 갔다 오면 머리부터 털고 몸을 씻은 다름 앉아서 책을 읽어요. 농사짓는 일이 꽤 품위 있는 일이란 걸 도회지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체게바라는 전쟁하면서도 책을 봤다지 않아요? 돈과 교양의 문제가 아니에요. 고만고만 소박하게 사는 시골 사람이라도 여름 되면 화단에 꽃 피우고 툇마루에 먼지 하나 없이 사는 분이 있고, 막사는 사람이 있지요." 2)

" 원불교 교전인 '대종경'에 이런 얘기가 있어요. 돼지가 야위어서 이유를 물었더니, 먹이를 잘 안 먹어 보리를 주다가 입맛이 돌아왔길래 다시 겨울 주었더니 쳐다보지도 않더래요. 눈 한번 높아지면 못 낮추고, 살림살이 늘릴 순 있어도 줄일 순 없는 게 도시의 삶이지요. 집착이 크면 야윈 돼지처럼 되고요. 도망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도시에서 살아냈으면 농촌에서도 살 수 있어요." 2)

 


"직접 내 손으로  땀 흘려 지어 먹으며 '푸드 마일리지 제로'에 가까운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생명들과 아침저녁으로 만나면서 가상으로 대화를 나눠요. 내가 어떤 다른 자리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소소한 기쁨 같은 것, 작고 일상적이고 흔한 것이지만 그 속에 있을 때 내 존재가 가장 합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참 좋습니다..."3)

2. 권정생

"숲에 들어가면 잘 생긴 나무만 있나요. 이해할 수 없이 생긴 나무도 있지요. 권 선생은 세상의 평가를 극도로 혐오했어요. 자신이 천착하는 세계에서 스스로 일궈낸 세계가 좋은 것이면 바깥 평판 이전에 자기 안에 먼저 넘치는 기쁨이 있잖아요. 그것이 가장 진실하고 소중하고요.  이미 자족한데 거기에 뭘 더 얹는다는 것은 똥 위에 오줌을 얹는 일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하셨죠. 모든 상 (賞)을 거절한 것도, TV에서 당신 책 소개하는 걸 극구 반대하며 화내신 것도 그래서였고요." 2)

 


3. 마음 공부

삶의 본질을 궁리하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자연스레 생명과 평화의 가치에 눈을 떴다. 그림의 소재와 주제가 바뀌기 시작했다. 불교 경전과 간화선을 모은 공안집을 읽으면서 마음공부에 열중했다. 자연스레 선( 禪)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아졌다. 마음공부가 쉽지 않지만 평범한 사람들과 삶 속에서 함께 이야기하면 좋을 지혜를 담아내려고 해요. 3)

 


출처
1) 비루하지 않은 삶을 위하여... 목판에 새긴 일상 속 성찰, 이철수 판화 전 / 도재기 선임기자 / 경향신문/ 2020-11-01
2) [김윤덕의 사람 人] 시골살이 25년 판화가 이철수 / 김윤덕 선임기자 / 조선일보 / 2012-12-15
3) [이 사람-판화가 이철수] "시대 아픔 담고 대중과 호흡... 이념 넘어 생명, 평화 새기죠."/ 성행경기자 / 서울경제 / 2018-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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