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희 배우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녀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마치 작품마다 얼굴을 갈아 끼운 듯 배우보다 역할로서의 천우희가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여성 서사 작품을 잘하기도 하고 잘 이끌어 가는 힘도 궁금했습니다. 또 어떻게 연기하기에 이런 연기를 할까 그녀가 궁금했습니다.
< 기사 발췌>
질문. 그런 성향 때문인지 일전에 '역할을 분석하고 구현해내는데 있어 끝에서 끝을 더 가보려 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자신을 끝까지 써보려는 노력이 주는 고통과 기쁨이 있을 것 같은데요.
대답. 분명히 있을거예요. 예전에는 극한에서 발현되는 것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도 했어요. 무언가에 심취해 몰입하다 보면 한 부분만 보게 되잖아요. 예전에는 그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10대와 20대에는 이 정도로 집중할 만큼 흥미로운 일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에너지를 한꺼번에 쏟아부을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껴본 거예요. 그 희열을 계속 느끼고 싶었고요. 하지만 지금은 그 방식 말고 다른 방법도 있다는 걸 깨달아가고 있어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지만 무조건 다그치고 몰아붙이지는 않아요. 최대치의 노력만으로 충분히 잘한 거라고 나 자신을 칭찬하기도 하고요.
질문. 공동작업이라는 특성이 배우 개인을 성장 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답. 돌이켜보면 연기로만 인생을 배우려고 한 때도 있었어요. 왜 농담으로 그러잖아요. '화장을 글로 배웠어요'라든지. (웃음) 연기를 통해 세상을 탐구하려고도 했지만, 현장에서는 늘 그 이상을 경험하게 돼요. 나와 다른 여러 사람을 만나고, 갈등을 풀어가는 방식을 배울 수도 있죠. 가장 크게 배우는 건 '합'이에요. 조합과 균형, 현장에서 배우는 것만큼 개인적인 삶에도 많이 배워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한쪽에 치우쳐 있어요.
질문. 새롭네요
답. 성향상 누군가를 두고 '저 사람이 어떻게 저럴수 있어!' 하는 식의 생각도 잘 안 해요. '그럴 수 있지' 하고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누구나 저마다 기준과 입장이 있고, 누군가 저를 봤을 때도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있을 거란 말이에요. 이에 대해 스스로 납득할 수 있도록 이해해보려 하거나 남의 기준에 맞추려 하지 않아요. 그럴 이유도 없고요. '저 사람 마음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하고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법과 제도 안에서. (웃음)
질문. 가장 큰 약점은 뭔가요?
답. 연민이 많아요. 마음이 생각보다 물러요. 누군가 저의 이 연민을 겨냥하고 다가오면 다 무너질 거예요. 막 화가 나다가도 연민에 휩싸이면 바로 '그럴 수 있지'하게 돼요. 아이한테도 굉장히 약해요. 만약 어떤 작품을 봤는데, 그 작품 자체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도 아이가 등장해 어떤 장면을 연기한다. 심지어 눈물을 흘리기라도 하면 바로 무너져요. 판단력이 흐려지죠. 아이가 지닌 순수성은 제가 어떻게 컨트롤할 수가 없어요. 아이들은 그 순간이 진짜라고 믿잖아요. 그 진짜라고 믿는 순간이 저한테 전해지거든요.
기사 원문 : 천우희가 이룩한 진짜의 세계 / 유선애기자 / Marie Claire / 2022년 5월 호
<기사 발췌>
실제 천우희는 영화<앵커> 세라와 달리 "다른 배우의 작품이 부러울 때가 있지만, 그걸 이루기 위해 경쟁하는 건 싫어한다"라고 말했다. "기싸움도 싫어해요. 의미 없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을 한다면 누구하고 해야 하나요. 한국 배우인가요. 제 또래 배우인가요. 연기는 공동작업입니다. 다만 나 자신과 경쟁에 치열할 뿐이죠. 이전 작품보다 더 발전하고 싶습니다. "
... <앵커>의 핵심에는 뒤틀린 모녀 관계가 있다. 특히 소정은 종래 한국영화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어머니상이다. 쉽게 '애증'이라 표현하지만, 딸에 대한 '애'보다는 '증'의 비중이 조금 높은 듯한 인물이다.
"흔히 인식하는 엄마가 모성애가 넘치잖아요. 그건 단면적인 모습일 수도,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일 수도 있어요. 엄마가 딸을 위해 항상 헌신하고 이해하고 배려할 수는 없잖아요.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난 게 아닌데, 우리는 그가 언제 남 엄마이길 바랍니다. 엄마도 엄마로서의 삶, 여자로서의 삶, 인간으로의 삶이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보이는 모습이 극적이긴 하지만, 표현하는 감정은 보편적입니다.."
<앵커>는 여성 신인 감독의 데뷔작이다. 천우희, 이혜영 등 주요 배역도 여성이다. 한국영화에 여성서사가 늘어나긴 했지만, 아직 수가 적고 영화 규모도 크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천우희는 "여성 서사에 대한 의무감을 갖고 있지만, 여성 서사가 드물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도 알고 있다"며 "젠더 이슈로 보고 여성서사 비중을 무조건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야기가 다양해지는 동시에 개발, 투자, 제작 같은 현실적인 문제도 나아져야 한다"며 "저로서는 좋은 선택지를 택하고, 여성서사 작품에서 연기를 완성도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좋은 사례를 만들어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기사 원문 : 틀에 맞춘 앵커 역할 하며 내면 표현 어려워...'앵커'의 천우희 / 백승찬 기자 / 경향신문/ 2022-04-18
기사 원문 주소
천우희 배우님 기사를 정리하면서 느낀 건 자신의 생각을 담백하게 말하고 장단점을 말하는 어휘나 화법을 보면서 참 자기 본인을 잘 들여다 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리고 타인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유연한 사고를 하기에 공동작업을 중요시하고 그 과정에서 역할로서 기억되는 연기를 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녀의 작품을 보면 심리적으로 어둡거나 깊은 내면을 묘사하는 작품도 많이 있어 한편으로 힘이 들지 않을까 걱정도 듭니다.그래도 그녀의 작품을 자주 보고 싶습니다. 천우희 배우님, 시간이라는 세월을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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