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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동굴

               시인 박형렬

               시집 <밤 미시령>중에서...

 

쿠웅,

 

속에서 무엇이 스러졌다. 건들지 않고 사나흘 놔두면 놈은 일어나 나를 충동질 할 것이다. 그런데 기척이 없다. 그는 이제 나를 괴롭히지 않을 작정인가. 네 속에 무덤을 만들고 죽어버린 걸까.

갑자기 한번도 보지 못한 그가 보고 싶다. 나의 모멸과 학대를 감내하며 비굴하게 목숨을 부지해온, 흉직한 그, 여기까지 나를 멱살 잡고 끌고 온 지겨운 짐승......

두 눈으론 볼 수 없는 괴이한 형상물

오늘부터

 

내부에서 부패의 냄새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내부에 귀 기울여도 아무런 기척이 없다 죽은 것 같다)

놈의 감옥 서까래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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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렬 시인의 시는 질병에 대해 치밀하고 격렬한 감정을 드러내는데 탁월한 작가이다.

'나의 동굴' 시에서도 마찬가지로 자신속에 갇혀 있던 놈이 서까래를 뚫고 나오기 시작했는건 병을 의미하는건지도 모르겠다.이것은 곧 죽음의 도래이다.

그러나 시 안의 화자는 자신의 통증에 대해 궁금해 하고 발견하여 자신의 살아있음을 확인하려 한다.

 

병자가 통증으로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얼마나 아니러니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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