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김용택 저/ 예담
라이팅 북을 접하기 전에 나에게 필사는 책 속의 단어 그리고 명언 모음집이였다. 책을 읽으면서 와 닿았던 구절이나 남기고 싶은 문장들은 노트에 옮기며 내가 읽은 책이 내 것이 된 것 인냥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그런 필사가 1년 이상 지속되며 필사 노트는 나의 재산이 되었고 위로책이 되었다.
나는 세상살이 힘들때마다 필사 노트를 보면서 위로받으며 나를 다독였다. 그러나 노트를 다시보면서 나는 내가 같은 것에 상처받고 같은 것에 위로 받고 있다는 걸 알았다. 표현만 다를 뿐 같은 위로가 반복되고 있음에 나는 필사보다는 삶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필사노트 중에서 유일하게 반복되는 느낌없이 나를 다독여 준 것은 시였다. 개인적으로 함민복 시인의 자연친화적이고 소박한 시를 좋아하는데 그 시인 덕분에 접하게된 여러 시는 읽을때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나를 안아 주었다.
김용택 시인이 건네는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역시 상처 받은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듯 써 내려간게 아닌지 생각해본다.
김용택 작가의 말처럼 '누구나 눈물 한 말 한숨 한 짐씩을 짊어지고 밤하늘의 별들 사이를 헤매며 산다. " 하루를 끝내고 어둠속에 앉아 하루가 지나갔음에 안도를 하다가도 그 어둠이 때로는 적막으로 그리고 무서움으로 다가오는 것이 인생이다. 흔들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김용택 시인은 '써 보고 싶은 시 10편'을 권한다.
10편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시는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이다.
청포도 -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유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포도의 알알이 맺히는 모습이 우리가 소망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과 닮아있었고
일하고 고달픈 몸으로 돌아온 손님에게 하이얀 모시수건과 함께 건네는 포도에는
손님에 대한 존경과 정성이 포함되어 있다. 포도를 익게한 햇빛이 손님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동력이었음을 엿볼수 있었기에 한 글자 한 글자 눌러쓰는 내내 미소지어졌다.
이렇듯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책 제목처럼 시를 따라서 쓰다보면 나의 슬픔을 시라는 별이 가져가지 않을지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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