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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꽃 핀날

             시인 노향림

              시집 <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 중에서

 

 붉게 혀를 늘어뜨린 개꽃들에게서는

초경의 비린 냄새가 난다

부드럽게 피어 그 꽃의 이마에

한 뼘의 가을이 와서

발 딛다 미끄러진다.

기척 없이 하늘도 내려오다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고는 한다.

 

 여러 겹의 혓바늘 돋는 병을 앓던 그대

어느덧 맑게 목청 튼 깨꽃으로

피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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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 수확하는 밭에서

담을 타고 넘어오는 들깨 냄새를 맡으면서

끝나가는 가을을 생각한다.

수확을 계절이 끝났음을 들깨는 꼬순내를 풍기며 위로한다.

그것이 한해 수고한 사람들에게 곡식을 내주면서

풍기는 향이기도 하다.

   

그런 들깨의 선물에 고마우면서 쓰러져

밭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자니 짠하다.

흙에서 자신을 일구고 곡식을 내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헌신적인 사랑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농부들이 순수한건 어쩌면 이들의 순수한 사랑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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