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농작물 이야기
이철수 글/ 이원규 사진/ 현암사
쌀-
나락 겉껍질인 왕겨를 벗겨 낸 걸 현미, 현미 씨껍질을 다시 벗기면 밥을 짓는 백미가 된다. 정미기에서 몇 번을 되풀이해서 벗기느냐에 따라 '7분도 쌀 ' 8분도 쌀' '9분도 쌀'등으로 나눈다. 껍질 많이 벌길수록 미질이 좋은 반면 수량이 줄어든다. 3공화국 시절에는 7분도 이상 도정하는 것을 단속했다.
현미가 되는 과정에서 분리되는 겉껍질이 왕겨이고 정미과정에서 나오는 걸 쌀겨라 한다. 왕겨는 연료나 사과 포장 등에 완충제로 쓰였고 더러는 가축에 밟혀 질 좋은 거름이 되었다. 쌀겨는 가축사료로 쓰였는데 배고픈 시절에는 죽을 쑤어 먹기도 했다. 돼지 사료가 되는 등겨(쌀겨)양을 늘리려고 현미과정을 현미 과정을 거치지 않고 나락을 바로 정미기에 넣어 돌리기도 하는데 양은 많지만 거칠어 입맛이 까다로운 녀석은 혀를 내민다.
짚-
짚을 슬쩍 태워 소쿠리에 담아 큰 자배기 위에 쳇다리를 걸치고 그 위에 올려 물을 계속 끼얹는다. 빛깔이 누런 이 물을 잿물이라 하는데 떼가 잘 빠져 빨래할 때 세제로 썼다. 또 콩아물 단지 밑에 짚을 깔아 놓으면 콩이 썩지 않는다. 메주를 매달 때는 반드시 짚으로 멜빵을 해서 달았다. 막장을 발효시킬 때 짚을 뭉쳐 넣기도 했다. 짚 속에 메주나 청국장을 띄우는 미생물인 바실루스 곰팡이가 살아서이다.
소가 일 년내내 먹는 먹이 가운데 볏짚이 70-80%는 된다. 겨울에는 짚으로만 배를 채운다. 집에 토벽을 맞출 때 황토에 짚을 썰어 넣으면 벽에 금이 가도 흙이 쉬 떨어지지 않는다.
자운영-
봄 들녘이라면 보리밭과 함께 떠오르는 게 자운영밭이다. 자운영은 대표적인 녹비 작물로 꽃이 피면 제주도 유채밭보다 화사하다. 보리처럼 가을에 씨를 뿌리면 월동을 해 이듬해 봄이면 어린애 무릎 높이로 자라 붉은 꽃이 흐드러지게 피운다. 자운영은 콩과 식물이라 공중 질소를 고정해서 땅에 공급할 뿐만 아니라 그대로 갈아 엎으면 질 좋은 퇴비가 된다. 무리를 지어 한꺼번에 꽃이 피면 논이 불길에 휩싸인 것 같다. 가슴살이 더워지고 시민이 된듯하다. 텅 비어 삭막한 봄 들녘에 자운영을 심어 아이들 시심을 돋우고 감정을 풍부하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안내 말씀드립니다. 올 가을에 자운영 씨가 필요한 분은 이장에게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씨는 그냥 나누어 드립니다. "
감자-
화상을 입었을 때 생감자를 강판에 갈아서 붙이면 화기가 빠진다. 어느 정도 견딜 만 해지면 얇게 썰어 프라이팬에다 숯이 될 때 까지 태운다. 이걸 가루내어 참기름과 버무려 상처에 붙이면 상처가 잘 아문다. 위궤양에는 생녹말이 좋다고 한다. 가만히 두면 흰앙금이 가라앉는데 이게 감자 생녹말이다. 아침마다 보통 굵기 감자 한 개를 생녹말로 만들어 빈 속에 먹으면 치료효과가 있다고 한다.
고추-
고추밭에는 새벽 오줌을 줘야 한다. 농사가 무지렁이 몫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지만 식자는 범접 못할 농사꾼만의 철학이 있다. 측간 옆에 나란히 오줌 독을 두 개 묻는다. 하나는 외측이라 하여 사내 오줌을 , 다른 하나는 내측이라 하여 안 식구 오줌을 모았다. 외측은 비만 가렸지만 내측은 둘레를 이엉으로 가렸고 거적문을 걸었다. 독 주둥이에는 발판으로 쪽나무를 걸쳤는데 이를 '부출'이라 했다. 이 부출에 쪼그리고 앉아 작은 볼일만 가려 보는 거다.
열매가 주저리주저리 열려야 하는 깨나 콩과 같은 작물은 다산을 기원하는 뜻으로 여자 오줌을 주었고 무나 가지, 고추처럼 굵게 키워야 하는 것은 사내오줌을 뿌렸다. 이 얼마나 세심한 배려인가. 작물은 물론 하찮은 잡초에게까지 사람의 감성을 부여해 이들과 대화하면서 살아온 유순함이 바로 우리네 농심이었다.
무-
저장해 놓은 무는 겨우내 채소로 쓰인다. 뿌리에는 '디아스타제'라는 소화효소가 많아 소화를 돕는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변비예방, 간장 질환, 치질 치료에 쓰고 씨는 이뇨제, 설사약, 거담제로 쓴다. 감기는 무즙을 내 먹고 땀을 내면 어느 정도 다스려 진다. 감기가 심한 경우는 무를 얇게 썰어 몇 일간 꿀을 재워두면 즙이 생기는데 이를 끓는 물에 타서 마시기도 한다. 특히 한의명서인 [본초강목]을 보면 기관지 계통에 효과가 있다고 나와 있다.
참외-
참외는 회초리 맛을 봐야 열매가 잘 달린다. 참외를 심고는 매일 아침 회초리를 하나 들고 참외밭으로 나간다. 이슬에 바짓가랑이 젖어가며 참외덩쿨에 매질을 한다. 일종의 순치기 작업이다. 아침 일찍 참외밭에 나가면 밤새 머리를 곧추세우고 하늘을 향하는 순이 하나둘이 아니다. 이들 목을 치는 거다. 그다지 힘을 주지 않고 매를 휘둘러도 똑똑 떨어진다. 실제로 열매가 달리는 손자. 증손, 고손의 순을 얻으려는 작업이다. 수박은 주로 아들 순에서 열매가 달리지만 참외는 손자순 다음 순부터 열매가 달린다.
땅콩-
땅콩은 이불을 덮어 자꾸만 잠을 재워야 씨알이 많이 달리므로 꽃이 지고 나면 한번씩 흙을 덮어준다. 이걸 북주기라 한다. 어떤 이는 땅콩을 사람에 빗대어 아침에는 건드리지 말라고도 한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고 넘을 봐야 뽕을 딴다는 식으로 어쨌든 잠을 푹 자야 배가 부를 게 아니냐며.
목화-
"참 별놈이 다 있지. 오줌으로 목욕하고 재를 둘러 써야 싹이 트니 말이야"
목화씨를 두고 하는 말이다. 책에는 '쇠를 녹이는 황산액에다 씨를 담가 지모를 태워 파종을 하든지 물에 이를 담갔다가 재에 버무려 뿌린다' 고 되어있다. 재에 버무리는 이유는 지모 틈에 재가 끼어들어서 재를 통해 수분이 씨로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감-
독 밑에 짚을 깔고 그 위에 말린 감 껍질을 다시 펴고 곶감을 차곡차곡 쌓는다. 서로 닿지 않게 사이에도 감 껍질을 채운다. 물론 다 넣고 나면 그 위로 감 껍질로 덮어야 한다. 이렇게 해두면 신선하게 오래 저장 할 수 있다. 시장에 내다 팔 땐, 우선 맨 밑줄에 네 줄 깔고 그 위에 세줄, 두줄, 한줄, 이렇게 피라미드로 쌓아 다시 예쁘게 묻는다. 이게 곶감 한접이다. 곶감 열 접을 한 동이라 한다. 부지런한 집에서는 몇 동씩 깎아 돈을 마련했다.
<총론>
이 책에 있어 소개된 본문의 내용이 많은 이유는 농사에 있어 땅을 중심으로 이야기 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함에 있어서도 자연과 함께하는것이 느림처럼 되어버린 지금
뒤를 한번 되돌아 보고 앞으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나중에 농사를 해보고 싶은 저의 입장에서는 이 책은 실전지식이 없는 저에게 사전 지식을 준 고마운 책입니다.
굵은 글씨는 본문의 일부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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