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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강화     이태준 지음/ 임형택 해제 , 창비

 

 

<책소개>

50년 세월 속에서도 빛이 바래지 않은 생생한 문장론을 담은 고전 <문장강화>. 시인 정지용과 쌍벽을 이루던 문장가인 상허 이태준의 문장론을 수록하였다. 글을 아름답게 꾸미려는 태도를 버리고 마음속에 있는 것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것이 가장 좋은 글쓰기 태도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글을 어떻게 써야 하나?'라는 주제를 내걸고 거기에 관해 진지하게 강론한 내용이다. 좋은 글쓰기의 모범을 보여주는 발랄하고 풍부한 인용 예문을 통해 신문학의 우수한 성과를 전해주고 있다. 철저한 원본대조와 인명해설, 인용문 색인 등을 덧붙여 보다 쉬운 이해를 돕는다.(인터넷 교보문고 )

 

 

 

<바다개미 후기>

 

글이 되려면 먼저 길어야 하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한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하는 말을 아무리 몇 십 년치를 기록해 놓는다고 해도 글이 되기엔 너무 쓸데없는 말이 많고, 너무 연결이 없고 산만한 어록의 나열일 것이다.

그러니까 글은 아무리 소품이든 대작이든, 마치 개미면 개미, 호랑이면 호랑이처럼, 머리가 있고 몸이 있고 꼬리가 있는, 일종의 생명체이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한 구절, 한 부분이 아니라 전체적인, 생명체적인 글에서는 , 전체적이요 생명체적인 것이 되기 위해 말에서 보다 더 설계하고 더 선택하고 더 조직, 개발, 통제하는 공부와 기술이 필요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글은 단문으로 짧게 써야 한다. 읽는 사람이 숨을 쉬어야 글도 활기를 찾는다.

 

 

후스는 그의 [문학 개량추의]에서 말한 여덟가지 조목

1)언어만 있고 사물이 없는 글을 짓지 말 것 (즉 엉성한 관념만으로 꾸미지 말라는 것)

2)아프지도 않은데 신음하는 글을 짓지 말 것 (공연히 오! 아! 류의 애상에 쏠리지 말라는 것)

3)전고(典故) 를 일삼지 말 것 (앞에서 예로 든 단풍구경 가자는 편지처럼)

4)현란한 어조와 상투적인 말을 쓰지 말 것 (허황한 미사여구를 쓰지 말라는 것)

5)대구를 중요시하지 말 것

6)문법에 맞지 않는 글을 쓰지 말 것

7)옛사람을 모방하지 말 것

8)속어, 속자를 쓰지 말 것

 

일기

1.수양이 된다. 그날 자기가 한 일을 가치를 붙여 생각하게 될 것이니 날마다 자기를 반성하는 기회가 되고, 사무적으로 정리와 청산을 얻는다.

2.문장공부가 된다. '오늘은 여러 날 판에 날이 들어 내 기분이 다 청쾌해졌다' 한마디를 쓰더라도, 이것은 우선 생각을 정리해 문자로 표현한 것이다. 생각이 되는 대로 얼른얼른 문장화하는 습관이 생기면 '글을 쓴다'는데 새삼스럽거나 겁이 아거나 하지 않는다.

3.관찰력과 사고력이 예리해진다. 관찰과 생각이 치밀하기만 하면, '만물을 조용히 지켜보면 모두 스스로 얻게 된다'는 격으로 온갖 사물의 진상과 깊은 뜻을 모조리 밝혀 나갈수 있을 것이다.

 

 

기사문

1.객관적일 것. 자기의 주관적인 감정은 털끝만큼도 넣어선 안된다.

2.대상에겐 냉정하면서도 독자에겐 친절할 것. 자기의 기사가 명쾌히 읽히도록 할 것이다. 같은 토를 중복해서 어수선스럽게 하지 말 것이요. 기사가 좀 길어질 듯하면 첫머리엔 큰 윤곽만 쓰고 다음에 자세히 써서, 바쁜 사람은 윤곽만 알고 고만두고 더 잘 알고 싶은 사람만 아래까지 보게 하는 것도 훌륭한 친절일 것이다.

 

방법이란 우연이 아닌, 계획과 노력을 의미한다. 흉내의 천재인 채플린도 영화 <황금광 시대>에서 닭의 몸짓을 내기 위해 양계장에 석 달을 다녔다는 말이 있다. 일필에 되는 것은 차라리 우연이다. 우연을 바랄 것이 아니라 이필, 삼필에도 안되면 백천필에 이르더라도 삼중엣 것과 가장 가깝게 나타나도록 고쳐 쓰는 것이 문장법의 원칙일 것이다.

 

우연을 통해 기회가 왔다면 잡기가 쉽지 않고 놓치기 또한 쉽다. 노력은 몸으로 하는 것이다. 그렇게 엉덩이로 쓰는 것이다.

 

 

중국문화라도 구양수같은 이는 퇴고를 공공연하게 자랑삼아 하였다. 초고는 반드시 벽 위에 붙여 놓고 방에 들어가고 나올 때 마다 읽어보고 고쳤다. 그의 명작 중 하나인 [취옹 정기]의 초안을 쓸때 첫머리에서 저주의 풍광을 묘사하는데, 첩첩이 둘린 산을 여러 가지로 묘사해보다가 고치고 고치어 나중엔 "저주 둘레엔 온통 산이다"란 말로 만족했다는 것은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거니와, 러시아의 문호 도스또예프스끼가 톨스토리를 부러워 한 것도 그의 재주가 아니라 "그는 얼마든지 퇴고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을 부러워 한 것이다. 러시아어 문장을 가장 아름답게 썼다는 뚜르게네프는 어느 작품이든지 써서 곧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책상 속에 넣어두고 석 달에 한 번씩 꺼내보고 고쳤다고 한다.

 

나무에 있어 가지치기는 나무의 성장을 돕는다. 무리하지 않게 적당하게 가지치기 해야만 영양분이 딴 곳으로 가지 않고 대들보인 줄기로 간다. 그런 가지치기가 문장에 있어 퇴고인 것이다.

 

굵은 글씨는 책속에 인용한 본문의 문장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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