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의 연작소설 / 창비
<채식주의자>는 각각 3편의 소설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이다.
1. 채식주의자는 지독한 악몽의 잔상으로 현실과 꿈을 구분하지 못하고 채식주의자의 삶을 선택하며
살아가는 영혜 남편의 관점으로 쓴 소설
2. 몽고반점은 영혜의 형부이자, 영혜 언니 인혜의 남편 관점에서 쓴 소설
3. 나무불꽃은 가족 중 가장 많은 상처와 고독을 떠안게 된 인혜 관점으로 쓴 소설이다.
읽는 내내 내 몸 도덕성이 깨지는 소리에 불편했다. 글은 너무 잘 읽혔지만 글이 턱턱 목에 걸리면서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도대체 작가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어둡고 불완전하고 최후의 관찰자가 된 인혜가 어쩌면 '나' 자체를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내면에는 이성이 억누르고 있는 쉽사리 표현할 수 없는, 아니 절대 표현해서는 안 되는 내면의 목소리를 추악하다고 할 정도로 소설에서 표현해 내는지 모른다.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허윤진님의 해설을 통해 조금이나마 유추할 수 있었다.
소설은 의식의 퓨즈가 서서히 끊어지는 이를 중심으로 진행된다고 읽힐 수도 있지만, 의식의 퓨즈를 끊고 싶어도 이을 수밖에 없었던 이를 중심으로 지체된다고 읽힐 수도 있다 1)
* 영혜
그녀를 채식주의자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녀가 고기를 먹지 않게 된 이유이다. 현실에 파동을 일으킨 것은 그녀의 꿈이었다. 추상적인 이미지에 가까웠던 꿈은 시간과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차 구체적인 트라우마의 실체에 근접해 긴다. 그녀를 식육의 세계로부터 잘라낸 것은 아버지의 잔인함인가, 남편의 잔인함인가, 아니면 자신을 포함한 인간 모두의 잔인함인가. 자신을 포함한 인간의 야수성을 감지하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처벌의 한 형태로 ' 자기 파괴'를 선택한다. 사람들은 농담처럼 '남의 살'이 맛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남의 살'을 베어 먹고 물어뜯는 식육의 행위가 지닌 파괴력에 전율한다. 영혜. 그녀의 말과 몸짓은 똑바로 미친 자만이 탐지할 수 있는 명료한 광기를 향해 나아간다. 죽음의 끝을 향해서. 1)
* 인혜 남편
그는 그녀의 육체에 낙인처럼 남아 있는 흔적의 실체를 '알고 싶다'는 욕망에 발을 담갔다. 욕망은 어떤 대상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려 하는 탐색자의 운동궤적을 닮아 있다.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위험천만한 격랑으로 휘몰아치는 열정의 흐름 속에서, 안정적으로 보였던 그의 껍데기는 가루가 될 때까지 바수어졌다.
식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면 그것은 때로는 냉정한 광물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끔찍할 정도로 생생한 욕망에 달아오른 동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가 자신과 영혜를 식물의 형상으로 구성한 결과가 지독한 동물적 욕망으로 낙착된 것은 어쩌면 예고된 결말이었을지 모른다. 1)
*인혜
모두가 각자의 열정으로 나름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이 공간에서 누가 가장 고통스러운지를 묻는 것은 분명히 우문일 것이다. 그러나 현답을 알려줄 누군가를 향해 이 우문을 그저 묻고 싶다... 어쩌면 그녀가 가장 고통스러울지 모른다. 인간의 것도 신의 것도 동물의 것도 아닌 이미지를 유일하게 뜬눈으로 보았던 이는 그녀이므로. 1)
이전에 작가 인터뷰 포스팅에서 작가는 <채식주의자>를 통해 "우리가 이토록 폭력과 아름다움이 뒤섞인 세계를 견딜 수 있는가. 껴안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끝나는 소설이에요"라고 말씀하셨는데 나는 이 소설에서 아름다움을 찾지 못했다. 영혜에게 가해진 남편과 친정 가정의 비폭력 그리고 인혜에게 가해진 피해자가 된 인혜의 가족주의 가 씁쓸하고 안타깝게 다가온다.
1) 내용은 책 속에 수록된 허윤진 님 해설 내용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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