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와 실, 핀을 활용한 설치 미술을 선보이는 작가, 제가 황란작가를 찾아보게 싶게 만든 작품은 "Beyond the Wind"입니다. 소재의 차별성이 가지는 작품의 질감과 매화라는 한국적 소재에 눈이 갔고 비즈라는 소재가 마치 매화 혹은 눈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황란 작가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기사 발췌>
황란 작가는 한국 보다도 해외에서 더 유명한 작가다. 미국 뉴욕에서 작품활동을 시작해 뉴욕 퀸즈 미술관, 브루클린 미술관에서도 작품을 선보였다. 미국, 유럽, 아랍에미리트를 오가며 전시를 선보였고, 그의 작품은 뉴욕 휴스턴 미술관, 브루클린 미술관에 영구 소장돼 있기도 하다. 개인 소장가로는 밥 허스트 휘트니미술관 이사,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리 등이 있다.
황란 작가는 단추와 실, 핀으로 독창적인 설치미술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단추와 실, 핀으로 매화, 기와, 부처, 독수리, 봉황 등을 표현한다. 그의 작품에선 쉽게 동양과 서양의 정서를 나눌 수 없다. 작품 소재는 굉장히 한국적이지만, 작품이 드러내는 빛이나 색감은 동양의 것이라기에는 좀 더 화려하고 선명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 그 묘한 두 감각의 합일은 익숙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인이 알고 있는 감각, 끌리는 감각을 담고 있었다.
인터뷰에서 황 작가는 9.11 테러 이전, 성장과정에서 보고 배운 불교적 세계관이 자신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가장 동양적인 기반으로 서양의 깊은 상처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그리고 그 시선은, 국가 경계를 넘어 인류 전체를 아우르고 있었다. 그 시선의 출발점이 딱 무엇이라고 가름할 수 없는 그의 작품의 이유이지 않을까 싶었다.
Q. 작품 활동 초기에는 벽면에 바로 작품을 설치했다. 전시가 끝나고 나면 작품이 아예 사라지는데 그 과정을 '생의 마감', '새로운 순환주기의 시작'이라고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작품을 해체하는 데에 아쉬움은 없었나.
A. 벽 설치 작업 해체는 인간이 재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우리는 누구나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지금 이순간도 우리는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 사라지는 것은 허무하지 않다. 원래 내 벽설치작업은 사라지는 것이 테마이기도 했다. 처음에 내게 '죽음'은 굉장히 충격적이었는데, 그 걸 이제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작품이 사라지는 것은 삶이 사라지는 것과 같고, 사라지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느꼈다. 한 세대가 사라져야, 또 다음 세대가 등장할 수 있는 거 아닌가
항상 벽 설치 작품을 해체하다보니, 작업 초기에 작품은 소장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대형 작품 설치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재료비가 필요하다. 그 이류로 소장이 가능한 프레임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크기가 작은 작업을 하고 판매를 해서, 대형 설치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판매도 하고 뮤지엄 전시를 하는 식의 현실적인 순환도 만들어 가는 중이다.
Q.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면
A. 우리의 삶의 짧은 찰나의 순간, 그 순간의 시간성을 얘기하고 있다. 이는 우리 인간의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본다. 덧없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권력 투쟁에 대한 이야기도 작품 안에 담기도 한다. 그런 것은 대게 기와나 궁궐로 표현한다. 권력을 지니고 있을 때는 영원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결국 권력 또한 오래된 건물처럼 무너질 뿐이다.
기사 원문 : [Special Interview] 황란작가 "'인간의 본질' 탐구, 내 작품은 종교의 일환" / 이은영 발행인,이지완기자 / 서울문화투데이/2023-06-21
기사 원문 주소 : [Special Interview] 황란 작가 “‘인간의 본질’ 탐구, 내 작품은 종교의 일환” - 서울문화투데이 (sctoday.co.kr)
<기사 발췌>
Q. 단추를 어떤 방식으로 작업에 활용해왔나요? 지금은 어디서 재료는 구하는 지도 궁금합니다.
A. 초기에는 보려진 단추를 그대로 쓰거나, 그 위에 스프레이를 뿌려 재사용했어요. 20년 전에는 의류 부자재를 판매하는 뉴욕 패현 디스트릭트에서 재료를 구했는데, 지금은 거의 한국에서 조달합니다. 제일 많이 쓰는 못의 형태의 핀은 줄곧 유럽에 있는 오래된 광산 근교에서 주문하고요. 한지 단추를 만들 땐 색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 한지공장에서 천연 염색한 한지를 직접 고릅니다. 이를 여러 겹 겹친 후 코딩과 타공 작업을 거치죠.
Q. 한지 단추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한지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A. 2006년 뉴스를 보던 중, 파리에서 열린 한지 페스티벌 형장에 비가 내렸지만 우리 전통 한지로 만든 등불은 꺼지지 않았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당시 단추로 작업하며 한국적인 재료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터라 그때부터 한지 연구에 돌입했지요. 한지는 화학반응의 영향을 쉽게 받지 않고, 세워이 지날수록 결이 더 고와지고, 수명도 길자는 점에 매료되었어요. 이후 한지 단추를 디자인하고 제작하기 시작했고요. 한지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크게 건조판에서 바로 나온 생지와 이를 가공한 숙지로 나뉩니다. 컬러 단추는 생지를, 흰 단추는 숙지를 사용하고 있어요.
Q.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 다뤄보고 싶은 재료나 소재가 있나요?
A. 주거 공간이 현대적으로 변화하며 전통 자재 공예로 만든 가구가 대량 폐기되거나 해외로 헐값에 팔려 나간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를 매화 시리즈와 접목할 수 있는 작품을 몇 년간 구상해 왔어요. 아직 실험 단계이지만, 꾸준히 진행 중입니다.
기사 원문 : 한국적 미술 #3 황란작가 /신정원 프리랜서 / 2023 마리끌레르 아트 에디션 /
기사원문 주소 : 한국적 미술 #3 황란 작가 마리끌레르 코리아 | Marie Claire Korea (marieclairekorea.com)
'개미 인물을 탐구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가 이쾌대 : 인물화의 대가 , 서양화법 과 한국정서 (109) | 2023.10.27 |
---|---|
배우 천우희 : 끝, 공동작업, 그럴 수 있지, 여성서사 (161) | 2023.10.26 |
배우 이동욱 : 성취감에 진심인 배우, 그의 이야기 (18) | 2023.10.22 |
자산관리사 유수진 - 자산관리와 마음가짐 그리고 은퇴 (14) | 2023.10.21 |
배우 차주영 '더 글로리 최혜정' 그리고 '진짜가 나타났다' 차세진 (8) | 2023.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