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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                          

                      시인 박규리

                      시집<이 환장할 봄날에> 중에서...

 

평상 위에 쓰러져 잠든 너의 곁에 앉았다

무심코 발바닥을 들여다본다

각질이 지고 엄마발톱 하나가 까맣게 죽어 있다.

 

그동안 너의 만행은 얼마나 고단했는가

야윈 가슴과 어깨를 누르던 힘겨운 생애는.....그렇구나

그것을 고스란히 진 것은 발바닥이었다.

 

사랑이란 바로 그 사람의 발바닥을 사랑하는 일임을

사랑이란 바로 그 사람의 발바닥이 되어주는 일임을

아, 사랑만큼은 지상에서 가장 낮은 바닥의

발바닥과 발바닥이 말없이 함께 가는 길임을

나는 왜 건듯하면 잊게 되는지

 

내가 곁에 있는 줄도 모른 채

무슨 곤한 꿈이라도 꾸는가

쭉 뻗은 발바닥이 움찔움찔 움직인다

잠든 너의 발바닥에 하염없이 귀기울인다

그래......듣지 않아도

우리의 생애는 이다지 속절 없다

 

꿈 속의 꿈 같은 세상에서

꿈 밖의 꿈을 꾸며 걷고 있는 이여

나는 너의 발바닥 같은 사람이 되고 있다

피 흘리는 발바닥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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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발바닥으로 이야기하는 사랑

발바닥은 자신을 지탱해주는 신체이기도 하죠.

그 발바닥을 들여다 보는건 그 사람의 삶을 보고 있는게 아닐까요.

서로의 발바닥을 사랑하는 하루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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