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로의 초대
시인 조정권
시집<고요로의 초대> 중에서....
잔디는 그냥 밟고 마당으로 들어오세요 열쇠는 현관문 손잡이 위쪽
담쟁이 넝쿨로 덮인 돌벽 큼새를 더듬어 보시구요 키를 꽂기 전 조그맣게 노크하셔야 합니다.
적막이 옷새무새라도 고치고 마중 나올수 있게
대접 할 만한 건 없지만 벽난로 옆을 보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장작이 보일 거예요 그 옆에는
낡았지만 아주 오래된 흔들의자
찬장에는 옛 그리그 문양이 새겨진 그릇들
달빛과 모기와 먼지들이 소찬을 벌인 지도 오래 되었답니다.
방마다 문을, 커튼을, 창을 활짝 열어젖히고
쉬세요 쉬세요 쉬세요 이 집에서는 바람에 날려온 가랑잎도 손님이랍니다.
많은 집에 초대를 해 봤지만 나는
문간에 서 있는 나을
하인처럼 정중하게 마중 나가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그 무거운 머리는 이리 주시고요
그 헐벗은 두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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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는 마음의 정적 상태에서 다가온다. 사람이 오는데 이런 설명을 한다는 건
오는 이를 환영한다는 마음이며 쉬었다 가라는 표시이기도 한다.
그런 마음이 전해져 나는 이 시를 좋아한다.
각박해지는 세상속에 사람에세 곁을 주는 일
어렵지만 해야하고 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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