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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헬리콥터

 

시인 김명인

시집 <바다가 처음 번역된 문장>중에서...

 

지리산 칠선계곡

거친 눈보라 속을 나는 헬리콥터는

몇시간 동안 지상과 통신이 단절된다.

날짐승과 들짐승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겹겹이 쌓인 눈 헤집고 사투를 벌이는 이들은

사료와 낟알 수십 톤씩을 공중에서 뿌려가며

먹이를 다 줄때까지 교신을 끊는다.

혹시나 들짐승들이 얼음계곡에 미끄러져

먹이를 놓치면 어쩌나

식량을 찾지 못해 굶어 죽으면 어쩌나

먹이를 위해 산복돌 내려오다 과속차에 치이면 어쩌나

헬리콥터는 쉽사리 계곡을 벗어나지 못한다.

공중을 선회한다.

눈밭속에 파 묻히듯 굶어 죽은 오소리 몇 마리에

그들은 일순 슬픔에 빠지고

뿌려준 먹이를 찾는 짐승들을 보면 환호한다.

삶과 죽음이 그러한데 슬픔과 환호 사이를

상승과 하강으로 헬리콥터는 곡예 하듯 선홍빛

저녁놀이 걸린 걸 보고서야

다시 세상과의 통신을 위해 떠난다.

기체를 급상승해 계곡 멀리 비행운처럼

노을을 꼬리 달고 사라지는 이들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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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가 겨울산에 먹이를 주는 줄은 이 시를 읽기 전에 몰랐습니다.

헬리콥터의 소리가 산짐승에게 방해만 되는 존재인줄 알았는데

통신을 끓고 먹이를 주는 헬리콥터의 모습이 새롭습니다.

 슬픔과 환호사이를 오가는 헬리콥터처럼 움추린 겨울 같은 마음도

이제 급상승해 하늘로 나는 꿈을 꾸는 건 어떨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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