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뉴의 숲에서 거닐다 - 박홍규 ‘에세’를 읽으며 웃다.
박홍규 지음, 청어람 미디어
<책소개>
『에세』를 통해 몽테뉴의 사상과 철학 및 본질을 탐구한 책. 르네상스기 프랑스의 판사 귀족이면서 고성에 은둔한 채 살아갔던 자유로운 정신과 대담한 비판정신의 소유자 몽테뉴의 사상적 본질을 통찰하였다. 저자는 이제까지 몽테뉴에 대한 대부분의 책이 필요이상으로 찬양하거나 신비화하고 있다고 말하고 최초의 문화상대주의자, 간결하고 발랄한 회의주의자, 교육사상가 등으로 칭송되었던 점들에 대해 몽테뉴의 『에세』를 통해 그 타당성을 하나하나 검토하고, 평범하고 무능력한 지식으로 자신을 파악하고 있는 몽테뉴의 진정한 모습에 대해 고찰한다.
<바다개미 서평>
저자 박홍규는 법학을 전공하고 윌리엄 모리스, 빈센트 반 고흐, 오노레 도미에, 프란츠 카프카, 조지 오웰, 루쉰, 알베르 카뮈 등의 평전이 있으며, 이반 일리히, 미셸 푸코, 에드워드 사이드 등 많은 평전 펴낸 사람이다. 인문학적 지식이 넓고 풍부한 저자가 몽테뉴의 에세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깊고 넓겠지만 나는 '에세'를 통해 몽테뉴가 말하고자 했던 삶에 대한 회의에 집중해 보고자 한다.
이 책은 몽테뉴 전반의 생애과 의식의 변화를 따라가면서 짚어주고 있지만 '에세'의 책이 편찬되기 까지 20년동안 퇴고를 거듭하면서 세상사람들에게 말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소개하고 한다. 나의 서평이 얇고 편협적인 시각일지라도 현재를 사는 내가 느끼는 그대로 부끄럽지만 쓰고자 한다.
“그를 읽는 것은 곧 나를 읽는 것이다. 따라서 즐겁다. ‘참으로 인간은 놀랄 만큼 덧없고 변덕스럽고 불안정한 존재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진리 탐구를 계속한다. ‘우리들 철학자보다는 오히려 농부들의 행동이나 말이 진정 철학의 가르침에 들어맞는다.’… 몽테뉴의 답은 명쾌하다. ‘책을 통한 공부는 활기 없고 무기력하다. 따라서 우리의 정신에 단번에 자극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대화는 단번에 우리의 정신을 일깨워 주고 단련시켜 준다.’ 이렇게 책을 부정하기에 그를 읽는 것이 더욱 즐겁다.”
―솔직하고 자유로운 회의주의자, 27쪽
인간이란 불안정한 존재임을 알기에 끊임없이 진리를 찾아 나서고 결국엔 말보다 노동의 가치가 더 큰 가치임을 깨닫는다. 그러나 그가 20년의 고뇌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말이 궁금하다.
만약 나의 혼이 확실히 대지를 밟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나는 이것저것 시도하지는 않으리라. 나의 생각도 고정되리라. 그러나 나의 혼은 언제나 배움과 시련 속에 있다.
모든 은거지에는 산책로가 필요하다. 내 생각은 앉아 있으면 잠들어 버린다. 나의 정신은 다리가 그것을 흔들지 않으면 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다. 책 없이 공부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럴 것이다.
인간의 지식과 철학이 현실에 바탕을 두지 않는다면 얼마나 가벼운 것인지 말해준다. 그리고 계속 시행착오를 겪음으로써 나아가야만 철학이 살아있음을 이야기 한다.
다시금 삶을 살게 된다면 나는 여지껏 살아온 대로 다시 살고 싶다.
과거에 대해서도 유감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또 미래를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나의 생각이 틀리지 않다면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대부분 일치했다. 내가 나 자신의 운명에 대해 품는 가장 중요한 감사의 마음은 나의 몸 상태의 진행 역시 각 시기와 제대로 합치되어 갔다는 점이다. 나는 그 새로운 씨앗과 꽃과 열매를 보았다. 그리고 지금 그 시들어 가는 모습을 보고 있다. 다행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자연이기 때문이다.
과거를 붙잡고 후회하기 보다는 현실에 직시하는 자세야 말로 미래이면서 나 자신이다. 후퇴하는 현재일지라도 그 모습을 인정해야만 새로운 씨앗을 얻을 수 있고 혹여나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것 또한 나로 인한 결과이기에 받아들여야 한다.
-몽테뉴-
식물은 수분이 너무 많으면 썩어서 죽고, 램프에 기름이 너무 많으면 불이 꺼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신의 작용도 공부가 너무 지나치고 과제가 너무 많으면 숨뿌리가 정지된다.
젊은이는 자신의 기력에 곰팡이가 끼어 겁쟁이가 되지 않도록 기력을 일깨워야 한다. 때로는 자신의 규칙은 깨뜨려야 한다. 규정과 규율에 얽매어 생활하는 것만큼 어리석고 허약 한 것도 없다...젊은이들이 내가 말하는 것을 믿는다면, 한번 만이 아니라 몇 번이라도 극단으로 치닫아 볼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조금만 방탕해도 파멸하게 되고, 사람들과의 교제에서는 어색하고 불쾌한 인간이 되고 만다. 신사에게 가장 부적합한 생활 방식은 일상적인 것에 까다롭게 굴면서 어떤 특정한 생활방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지식에 매몰되면 자신이 만든 세계에 갇혀 버린다. 그곳에서 세상을 보면 내가 들어갈 곳 과 가지 말아야 할 곳만이 남을 뿐이다. 너무 지식이나 습관에 매몰되지 말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며 도전하는 건 그것이 나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살리는 길이다.
왜 우리는 한 인간을 그 사람 자체로 평가하지 않는가? 그는 따르는 사람이 많고 훌륭한 궁정을 가졌으며 수입도 많다. 이 모든 것은 그의 주위에 있는 것이다. 그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왜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인간보다도 그를 둘러싸고 있는 것을 중시하는가?
우리는 그 사람 주변의 것들로 그 사람을 평가하지만 우리는 포장지로 선물의 가치를 매기는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것과 같다. 왜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중시하는지 오히려 몽테뉴의 에세를 통해 질문을 던짐으로써 우리의 생각을 되짚어 보는 기회를 만든다.
나에게 <몽테뉴의 숲에서 거닐다>은 몽테뉴가 에세를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자 했던 명상집과 같았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조심해야 하는 것과 우리가 잊고 지내는 것을 다시금 살펴 본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지식이나 습관에 매몰되는 삶이 얼마나 위험한 삶인지 알려준다. 몽테뉴가 에세를 완성하는데 20년이 걸린 이유는 어쩌면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에 끊임없이 명상했고 그 책의 평가 또한 세상의 몫이라는 결론이 날때까지 오랜 세월이 필요했던건 아닌지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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