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종의 화첩기행 - 예의 길을 가다
김병종, 효형출판
김병종의 화첩기행은 예술인의 생애과 발자취를 탐방하고 쓴 책이다. 교과서적인 정보를 넘어 예(藝)인의 생애에 대한 소회를 담아 김병종만의 화첩기행이라는 말이 딱 들어 맞는다. 예술가 중에서는 짧은 생을 살았거나 정치논리에 평가 절하되거나 각기 다른 이유로 흔적조차 희미한 예술가들이 많다. 그 예술가를 알아보기 위해 그 행적을 쫒는 작가의 시선은 예인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책 임을 알려준다.
임방울 선생은 소년 시절 '소리'를 배울때 등판에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스승의 매질 때문에 등에는 피껍질이 앉고 피멍이 가실 새가 없었으며 삼복 더위에도 한증막 같은 움막에 갇혀 '소리샘'을 파느라 몇 날 씩 바깥구경 못하기가 부지기수였다. 수학기의 그 예(藝)의 고행은 선승의 면벽 삼년에 비할 바가 아니어서 아직도 판소리계의 전설처럼 남아 있다.
임방울 선생님이 지금까지 지역을 대표하며 국악제를 개최하는 한편 판소리 음원으로 남아 2014년 까지 우리가 들을수 있는 이유는 임방울 선생의 고행에서 나오는 소리가 질긴 생명력을 가진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땅에도 음양이 있다.
학문은 양기가 센 땅에서 승(勝)하고, 예(藝)는 음기(淫氣) 센 땅에서 승하다. 대구, 안동은 양기 센 땅이다. 그래서 남자가 세고 학문이 세다. 안동에서는 서예를 선호하고, 목표 진도에서는 그림을 선호한다. 진도에 남화의 성지라고 불리는 허소치의 '운림산방'이 서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풍수에는 어둡지만, 예향이라고 불리는 곳일수록 음기 센 땅임을 느끼게 된다. 나라안 예향 중의 예향으로 꼽히는 진도도 그렇다. 여자가 세고 예(藝)가 세다. 폐일언하고, 진도예술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을수 있는 것은 '소리'이다. 진도소리는 야(野)스럽다. 실제로 들판에서 만들어진것이 많지만 내용도 야한 것이 많다.
진도창은 동 서편제나 판소리 열두마당 정맥의 계보에 들지 않는 외가(外家)가 많다. 판소리 법통에서 많이 '어긋저'있다. 그래서 진도창을 '판소리의 사문난적'이라고 몰아치기도 한다. 말하자면 판소리의 속악이다. 하지만 야한 속화가 더 눈을 번쩍 뜨이게 하듯, 번듯한 보학(譜學)도 없는 진도소리는 때로 더 절절하게 다가와 가슴을 친다.
서편제 동편제로만 아는 우리에게 판소리의 난문난적으로 불리는 진도창은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어쩌면 판소리 계보에 들지 못한 이유가 소리꾼이 아닌 일반 서민의 목소리를 통해 전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정확한 개념을 확립하지 못한 것이 아쉽긴 아지만 그 소리를 찾는 작가의 여정이 따스하고 진도 어디서가 들판에서 불려질 진도소리가 그리워 진다.
김명순-
짧은 생애동안 60여편의 저항적, 실험적인 시에 10편의 소설, 그리고 평론과 희곡에 이르기까지 괴력으로 문학의 전 장르를 섭렵해 갔던 여자였다. 작가로서뿐 아니라 신문기자와 배우로까지 눈부시게 활동했다. 웬만한 남성들도 콤플렉스를 가질 만한 재능이었다. 그러나 감수성이 예민하고 다감했던 그녀는 당시 들불처럼 번졌던 '자유연애'에 불나비처럼 허망하게 자신의 몸을 던져 스스로 망가뜨리고 만다. 결혼하지 않은 몸으로 끝내 아비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아이를 낳아 비난의 돌팔매를 맞았고 정신착란으로 부랑자처럼 도시를 헤매다 정신병원에 갇혀 거기서 홀로 죽어간 기구한 삶이었다. 세상은 그녀의 남성편력만을 비난했을 뿐, 그녀를 농락한 남성들의 폭력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그 점에 있어서는 그녀를 모델로 쓴 김동인의 소설 <김연실전>도 마찬가지였다.
김명순 1930년대
http://ko.wikipedia.org/wiki/%EA%B9%80%EB%AA%85%EC%88%9C_(1896%EB%85%84)- 위키백과 김연실
자유 연애론
그는 사회가 여성에게 일정한 역할과 의무를 강요한다고 전제하고 여성의 자유를 주장하였다. 결혼은 남녀 당사자가 하는 것이므로 부모와 집안의 개입은 부당하다는 점과 여성에게도 연애할 자유, 결혼할 자유를 부여해야 된다는 견해를 피력하였다.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자유이며 여성의 자유를 획득하는 것은 자유 연애, 자유 결혼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신여성의 자유연애에 부정적인 태도를 표출했던 김동인은 신여성 문사 김명순을 모델로 삼은 김연실전에서 주인공 연실을 "연애를 좀 더 알기 위해 엘렌 케이며 구리야가와 박사의 저서도 숙독"했지만, 결국 "남녀 간의 교섭은 연애요, 연애의 현실적 표현은 성교"라는 긴념을 가진 음탕한 여자, 정조관념에는 전연 불감증인 '더러운 여자'로 묘사한다.[1] 이러한 부정적인 언급들은 김명순 개인을 넘어 자유 연애와 자유 결혼을 여성 해방의 방편으로 여겼던 신여성들과 지식인들 전반을 겨냥한 것이었다.김동인은 그를 '남편 많은 처녀' 혹은 '과부 처녀'라고 조롱하였다.
살펴보면 김연실은 자유연애를 주장했던 사람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 당시 자유연애에 대해 안좋게 보는 시선이 만연했던것도 사실이지만 유교사회 그리고 가부장적인 시대에 자유연애를 통해 여성의 자유를 꿈꾸었음은 그 당시에 놀랄만한 일이였다. 여성의 자유를 꿈꾸고 자신의 생각을 저서에 담아 책으로 내는 듯 그녀는 신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 김동인의 저서에서 그녀를 모델로 쓴 김연실전에 대한 평가는 위에서 처럼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으며 누구의 잘잘못 보다는 우리가 소설을 볼 때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박세환 1942_,70년 역사의 국내 최고 서커스인 '동춘'의 단장
의부(박동수)는 임종 전에 그를 불러앉히고 두 가지를 당부했다. "어려워도 계집애처럼 징징대지 말 것" "패밀리를 보호할 것" 홍콩과 도쿄를 드나들던 멋쟁이답게 그는 딱 두 번 운적이 있다....목숨이 붙어 있는 한 박세환은 '경주사람의 끈기와 의리를 가지고' '동춘'과 그 '패밀리'를 지켜가려 생각한다. '프로덕션'이나 '호텔' '나이트클럽' 같은 곳의 유혹에 흔들림없이 옛모습 그대로 멍석 깔고 관객과 호흡을 맞추며 이 땅을 민속예술을 지켜가려 한다.
동춘서커스는 우리네 낭만이였고 놀이였다. 2009년 재정난을 이유로 문을 닫게 되었던 동춘서커스 2009년 12월 16일 문화관광부가 전문예술단체로 등록되어, 기부금을 공개 모금할 수 있는 지정 기부금 단체가 되며 다시 기사회생하게 되었다. 동춘서커스가 경제논리에 휘말리지 않고 살아 남아 다행이지만 연예계의 등용문이였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중국인 서커스단원들도 이루어져 운영된다는 소식은 한편으로 씁쓸하게 다가온다.
최승희 1911- ,신화와 전설의 여인 최승희, 우리 근대사 인물 중 '세계적인' 이라는 수식어가 너무나 당연했던 예술가. 지극히 동양적이면서도 세계성을 지닌 독특한 현대무용으로 세계를 사로잡으면서 피카소와 로맹 롤랑과 가와비타 야스나리의 혼을 빼앗아버렸던 조선의 요정이었다. ...세계가 오히려 비좁았던 그 여자에게는 그러나 정작 고향이 없었다. 돌아갈 안식할 지상의 방 한 칸이 아쉬웠다. 남에서는 친일파요 월북자라고, 북에서는 자본주의 성양의 반혁명 예술가라고 버림받았던 것. 그녀의 이름은 이 땅에서 오랫동안 불려지지 못한 금기의 이름이었다.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그녀의 최후에 대한 흉흉한 소문들, 남편 안막의 숙청 후 연금상태에서 중국으로 도망치다가 국경수비대에 의해 총살 되었다는 설, 격리 수용되다가 간암으로 사망했다는 설. 심지어 지하철도 공사장의 강제 노역자로 살다가 어느 눈 오는 날 그곳에서 혼자 죽었다는 설 등 하나 같이 가슴을 저미게 하는 것들이다.
정치적으로 평가 받기에 더욱 찾기 힘들었던 그녀의 자취를 작가를 메구로 자유의 언덕에 있는 이시이 무용연구소에서 스승의 며느리 통해 최승희 흔적을 만날 수 있었다.
일본군 위문공연과 국방헌금 문제로 친일 논란이 있지만 그녀의 춤에 대한 평가는 예술적인 측면에서 이루어 져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김병종 시선과 발걸음으로 예인을 찾아다니다 보니 이 글에 내 생각이 실리는 것처럼 김병종의 생각에 따라 인물의 평가가 약간은 모습을 달리 하기도 한다. 독자와 생각이 다를 지라도 다른 측면으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예인을 삶을 찾아 나서는 여정은 현대를 사는 우리가 당대의 평가를 넘어 인물에 집중해 볼수 있는 자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한번쯤 읽으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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