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의 인생
이청준 / 열림원
<바다개미 후기>
그 일이 자기 능력 밖이거나 크게 도리를 벗어난 경우라면 그 당장 불응과 거절의 뜻을 분명히 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 이로우리라 생각된다. “알아봄세. 기다려보게”식의 애매한 치레성 응대로 헛기대를 걸게하거나, 더욱이 “ 내 힘껏, 애써볼테니 나를 믿고 안심하게” 따위의 허세성 다짐으로 마음을 놓게 했다가, 그것이 한낱 헛시간 끌기나 제풀에 지쳐서 물러서게 하기 술책쯤으로 결말이 날 경우, 그 상대방에겐 일을 망치게 한 이외에 배신감과 수모감에 다른 방책을 구해볼 기회마저 잃게 하는 이중삼중의 피해를 줄수 있기 때문이다.
거절을 할때는 해야 한다. 그 순간 사이가 어색해 질까봐 두루뭉술하게 대답했다가 재차 물어오는 질문에 당황한 적이 적지 않다. 이것이 더욱 사이를 어색하고 나를 저평가하게 만든다. 안되거나 못하는 건 거절의 의사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위의 작가 말대로 그 일에서 완전히 자유로워 진다. 하지 않은 일에 욕먹을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걸 굳이 말함이 없더라도 당신의 흉중을 헤아려 주리라. 저를 벗으로 믿고 당신 입으로는 애써 부드러운 허물을 벗고 싶어하지 않으셨던 것이지요...
...많은 말을 해도 진실은 좀처럼 전해지지 못하는 세상에서,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전해질만한 서로간의 믿음 쌓기..이제 그 계산의 이야기에 내가 굳이 사족을 더할 필요는 없으리라.
친구 간의 믿음은 말하지 않아도 알거라는 생각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 믿음은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오해하지 않겠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에서 자유로워 질수 있는 믿음이다. 나를 알고 있으니 꾸밈없이 대화할수 있는게 최고의 이점이기도 한 것이 친구이다. 나의 이런 믿음에도 상대방이 자꾸 오해한다면 당신의 우정을 다시 생각해 보라.
공간과 장소의 서로 다른 의미에 새삼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테면 서울시 당국자들이 도로율을 높이기 위하여 무교동 슬집 ( 도시의 한 명소로서 )들을 마구 부숴댈 때 이들은 서울의 도시계획이 지나친 공간 개념에 집착하여 장소 개념을 소홀히하고 있다는 불평을 하는 따위가 그런 것이다. 이때 말하는 공간이란 대개 시간과 더불어 물체계를 형성시키는 기본 형식으로서의 물리적 개념임에 비해 , 장소는 사람이나 물건이 머물러 있는 곳 , 이를테면 우리 인간들의 생활이나 이해관계가 침투해 들어가 있는 지리학적 개념의 명사라 할 것이다.
도시계획에서 자주 범하는 실수가 장소와 공간을 헷갈리는 것이다. 의미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장소는 사라지고 새로운 공간만이 남는다. 개성이 일순간에 사라지는 것이다. 재개발에 있어서 중요한건 장소의 재 해석이다. 근대화도 좋지만 사람들의 추억이나 개성까지 없어진다면 재개발이 아니라 개발이라 함이 옳다. 집도 그렇다. 골목길에 있던 집이 사라지고 아파트가 범람하다 보니 편안한 삶을 영유할지는 모르나 골목의 정취와 이웃의 정을 약해졌다. 공간에서 장소로 의식전환을 해야 한다.
사람이 떠나갈 때는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 그 뒷모습이 아름다우려면 그가 머물다 EJ나간 자리가 깨끗하고 아름다워야 함이 물론이다.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답긴 쉽지 않다. 떠나는 사람이 좋게 그만드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을 살다보니 나중에 만나더라 그때 당당히 말하려면 아름답게 헤어지자. 그래야 가는 걸음이 떳떳하다.
<총론>
이청준작가의 소설만 보다가 산문을 보니 그가 세상을 바라보고 느낀 것을 직접 느낄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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