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시인 신경림
시집 목계장터 중에서...
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들 줄 알지만 길은 순순이 사람들의 뜻을 좆지는 않는다 사람을 끌고 가다가 문득 벼랑 앞에 세워 낭패시키는가 하면 큰 물에 우정 제 허리를 두 동강내어 사람이 부득이 저를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것이 다 사람이 만든 길이 거꾸로 사람들한테 세상 사는 슬기를 가르치는 거라고 말한다 길이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어 온갖 곳 온갖 사람살이를 구경시키는 것도 세상사는 이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길의 뜻이 거기 있는 줄로만 알지 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 보게 한다는 것을 모른다 길이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길은 고분고분해서 꽃으로 제 몸을 수놓아 향기를 더하기도 하고 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이 땅을 식히기도 한다 그것을 알고나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자기들이 길을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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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처음 있는 순간은 세상에 대한 겸손을 말하는 시라 좋았습니다. 근데 세월이 조금 흐르고 나서 다시 보니 현실과 너무 멀어지지 말고 순응해서 살라는 메시지가 보이네요. 아직 꿈이 많고 이상이 따라주지 않지만 두번째 느낀 것보다는 세상이 나를 가르치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기다려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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