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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지나가고

                                               시인 조향미

                                               시집<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 중에서...

 

태풍지나가고

다시 태어난 산천

하이얀 햇살에선 뽀득뽀득

새로 씻은 고무신 소리가 난다.

하늘은 푸른 징처럼 혼자서도 쟁쟁거린다

대낮에도 커튼 내리고 형광등 켜고

알 속에 갇힌 듯 웅크려 있던 아이들도

방금 껍질 깨고 나온 애벌레처럼

첫 법문 들은 동승처럼 화안한 얼굴이다

얘들아 책을 덮어라

온 천지 구구절절 눈부신 경전인데.

종이책 하찮은 주석이나 읽고 있을까 보냐

햇살 범벅 바람 범벅 흙내음 꽃향기 범벅인

저 앞산 언덕에서 뒹굴뒹굴 굴러보자

오늘을 위하여 어젯밤 그 폭풍우 몸서리치고

툭툭 소나무 가지는 부러지지 않았느냐

벚나무는 뿌리째 넘어지지 않았느냐

이 터질듯한 향유(香有)가 없다면

상처와 죽음이 어이 있으라

오늘이 천지의 축복을 맞지 않으면

불경이다 신성모독이다태풍

아이들아 너희 투명한 살과 혼을 열어라

저기 저, 벌써!

나비되어 승천하려는 애벌레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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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계절이였던 겨울이 끝나고 봄이 왔다

산천이 깨어나고 사람도 추위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피는 지금

나의 맘에 봄이 찾아오지 않고 있다.

이 또한 네 청춘에 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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