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용 요약>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 외벽에 걸리는 전시 포스터는 거리의 인상을 바꾼다. 미술관이 새 전시 <히스테리아: 동시대 리얼리즘 회화>를 선보이며 새로운 포스터를 내건 것이다. 기묘하게 휘어지거나 꼬인 형태가 가득 담긴 포스터는 강력했다. 흘러내리는 음표 같기도, 기이하게 발아한 씨앗 같기도 한 형태들을 좀 더 들여다보니 글자가 보였다. '히스테리아', 전시의 이름이었다. 과감하고 아름다운 이 포스터를 디자인한 사람이 김현진이다.
글꼴 주로 다루는 디자이너 김현진은 팟(POT)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이 이름은 'Pretty Odd Type'의 첫 글자를 따서 지은 것.
1. 퀴즈 같은 타이포 그래피의 매력
질문 : 시각디자인을 공부했다고요. 그중 특히 글꼴, 타이포그래피에 빠져든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그 분야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요?
대답 : 글립(Glyph)*을 하나하나 채워 나가는 일에도 쾌감을 느꼈고요. 어떤 콘셉트나 규칙을 많은 글자들에 적용하다 보면 꼭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거든요. (중략) 이런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퀴즈를 푸는 것같이 느껴지기도 해요. 여러모로 푹 빠져들기 좋은 특성을 가진 분야 같아요.
* 글립 : 글자 하나의 모양에 대한 기본 단위
2. 재미있는 시도를 해볼 만한 일
질문 : 종이 위에 얹힐 때, 영상과 더불어 표현될 때 작업 성격에 따라 고려해야 할 점이 다를텐데요. 다양한 매체와 협업하는 일을 즐기나요?
대답 : 일을 시작한 초반에는 당연히 수 없는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레터링이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크기로 사용되는지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은 채 신나게 글자부터 그렸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죠. 획이 너무 가늘다든지, 왠지 배경과 따로 노는 느낌이 든다든지요. 이젠 경험이 쌓여서 작업 시작 전에 의뢰인에게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또, 하나의 프로젝트일지라도 그 작업이 다양한 곳에 쓰일 수 있잖아요. 이를테면 레터링 하나가 네임택부터 가방, 의류 등 여러 소재에 쓰일 수 있죠. 그럴 때는 같은 레터링이라도 굵기에 차이를 주거나 해서 몇 가지 버전을 제작하기도 합니다.
3. 일할 때도 글자를, 쉴 때도 글자를
질문: 글꼴 개발을 꾸준히 하고 있는 듯 보여요. 어떤 글꼴을 만들고 있어요.
대답: (중략) 가제 '베스타'라고 구구절절 소개해야 하는 글꼴이에요. 닐 게이먼의 <북유럽 신화>를 읽다가 '중세시대 장검 같은 인상을 가진 글꼴을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이 글꼴 개발의 계기가 됐습니다. 한글에 로만 타입(Roman Type)의 공간감을 적용한 폰트로 개발 중이에요. 넓은 속 공간, 특히 이응이 초성으로 들어가는 글자들이 특징적이고 단단하면서도 무게감을 가지도록 만들고 있어요.
질문 : 특히 개인 작업에 쓰인 글귀 중에 시나 소설 등 문학의 구절이 자주 눈에 띄어요. 작업으로는 어떤 문구를 표현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대답 : 글꼴 디자인을 문자에 목소리를 더해주는 작업이라고 표현하기도 해요. 만약 그렇다면, 저는 성별이나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목소리를 만들고 싶어요. 그런데 제 머릿 속 말을 그대로 쓴다면 저의 목소리가 될 테니까, 마음에 들면서도 멋지고 오묘한 문장을 빌려와 씁니다. 폰트 작업을 할 땐 글자를 먼저 그리고 문장을 고르는 일은 그 다음 과정인데요. 레터링에서는 반대예요. 문장을 고르는 일이 앞서죠. 그러다 보니 사실 레터링 작업에 쓰인 문구는 특정한 목적으로 골랐다기 보나는 제 취향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4. 글자를 대하는 마음, 글자로 표현하는 마음
질문 : 좋은 글꼴,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겠죠. 현진님의 생각은 어떤가요?
대답 : 지켜져야 할 기본적인 부분, 그러니까 의도한 것을 제외한 실수가 없다는 조건을 전제로, 콘셉트가 확실하고 군더더기 없는 글자를 좋아합니다. 콘셉트 소개가 너무 감성적이거나 길어지는 걸 지양하는 편이에요.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확실하고 잘 전달된다면 좋은 글꼴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길을 걷다가 옛 자연농원 로고타입을 마주쳤는데, 불필요한 꾸밈 요소 하나 없는 그 글자가 시원스러워 기분이 좋았어요.
질문 :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을 들려주세요.
대답 : (중략) 시간관리를 더 잘 하는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당장의 목표예요. 글라이언트 일과 개인 작업 사이를 잘 조율해서 의뢰받은 일도 하고 서체도 꾸준히 선보이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데, 이 목표가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이제 고작 독립 2년 차인 터라 5년, 10년 그 이상까지 내가 이 일을 꾸준히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늘 있어요.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작업을 오래오래 하고 싶습니다.
해당글 원문
< 디자이너 김현진이 그리는 괴상하고 아름다운 글자 > 김유영기자 / heypop / 2023-10-25에서 발췌되었습니다.
해당 글 주소 :https://heypop.kr/n/68977/
우리에게는 레터링이라는 분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글꼴 디자이너의 세상을 넓고도 깊은 것 같습니다.
김현진 디자이너 작업들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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