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가 말하는 예능과 이승기 이야기
관찰예능이 대세로 떠오른 지금 그 중심에 '1박2일''꽃보다 할배''꽃보다 누나' 연이은 히트를 치고있는 나영석 PD 피디가 있다. 기존의 예능을 깨고 새로운 예능을 잇달아 선보이는 그에게서 어떤 생각으로 예능을 만들고 섭외를 하는지 궁금해졌다. 나영석 피디의 예능을 그림으로 치자면 하나의 기법도 없이 그리고 색깔의 합도 상관없이 그리지만 멋진 그림이 되는 제멋대로인 것으로 보이지만 자신만의 기준이 확고한 작품을 만드는 개성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1박 2일>
-1박 2일에서 보여주고 하는 것은?
“어디 가서 뭘 먹고는 여행 정보의 기본이다. 이것저것을 보여주지만 여행은 설렘, 어떤 일이 일어날까, 누구를 만날까다. 보편적인 감정이요, 향수적 감성이다. ‘복불복’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점이 여행과 맞아떨어진 면이 있어 시도했다. 여행지보다는 사람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단순히 여행을 하는 모습이 아니라, 여행을 하면서 예기치 못한 감성을 느껴보자는 것이었다. 백두산 천지에 가서 윤동주의 흔적을 찾고, 용정의 동포를 보면서 콘서트를 열었다. 사람을 만나고, 동포를 위해 무엇을 할까를 생각하다 내린 결론이었다. 자연스런 감정의 흐름이다. 이게 여행의 포인트였다.”
- 옛날 극장에 가고 40년 넘은 전통 음식점에 가고 화려한 곳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
“여행이 포맷이라면 기본적으로 누구든 갈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섬은 누구나 갈 수 있지만 가기 어려운 거고. 초호화, 럭셔리 이런 곳은 갈 수 있는 사람이 드물잖아요. 저희가 어딜 가더라도 누구든 갈 수 있는 곳이면 좋겠어요. 그래야 화면으로 지켜보시는 분들도 함께 여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겠어요?”
- 가장 힘들었던 점?
“‘1박2일’은 고정된 포맷이기 때문에 연예인 멤버들의 변화가 가장 힘들어요. 초반 역할을 많이 했던 지상렬씨가 개인사정으로 빠졌을 때가 큰 절망감을 느낄 정도로 힘들었어요. 이후 김C, MC몽의 하차 등이 힘들었지요. 하지만 강호동씨 등 연예인들이 프로인데다 온몸을 던져 연예인들로 인해 속 썩거나 스트레스는 단 한번도 받지 않았어요. 이승기는 요리가 맛이 없는데 정말 혼신을 다해 요리를 해요. 이런 모습을 보면 큰 힘이 되지요.”
-가장 아쉬운 특집?
명사특집도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원래 명사특집의 기획의도는 원빈(정선), 고두심 씨(제주) 같은 사람을 모시는 거였다. 문근영도 광주에서 좋은 일을 많이 해 초청하고 싶었다. 이런 사람들이 1박 멤버와 고향을 가 여기가 내가 놀던 곳인데, 흔적이 묻어있는 초등학교와 당시 친구도 만나고. 여기서 게스트의 마음을 열고 감화를 받을 수도 있고, 원래는 이랬는데 박찬호가 섭외돼 공주로 가서 추억을 더듬어 본 것이다.”
-1박 2일을 하면서 멤버들은 어떤 변화를 거쳤나? 또 가장 많이 성장한 멤버는?
“가장 많이 성장한 멤버는 이승기다. 독보적이다. 들어올때는 어려 보였는데 여러 면에서 성장했다. 이승기는 이제 위치 자체가 국민적인 스타다. ‘1박2일’과 본인의 힘으로 성장했다. 처음엔 그 또래의 앳된 아이였지만 역량을 발휘해 톱 MC로까지 성장했다. 강호동은 ‘1박2일’로 본인의 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비호감적인 면도 있었지만 국민MC로 많은 사람이 좋아한다. 최대 장점은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다. 천하장사 강호동을 시골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모두 좋아한다. 이 프로그램 컨셉과 잘 맞아 떨어진다. 많이 뺏어먹는 못된 형이라는 점도 이 프로그램에 맞다. 그 밑에 못먹는 동생이 있고, 늘 그런 스탠스를 가져간다. 몸집 작은 동생들의 역습에 당하기도 하면서 시청자들이 통쾌함을 느끼기도 한다.”
<인간의 조건 탄생에 기를 불어 넣다.>
인간의 조건의 나영석 피디의 작품으로 알고 있지만 신미진 피디의 기획안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당시 예능국에서는메인 MC없이 개그맨만으로 가능하겠냐라는 불안감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영석 피디는 그 의외성에 재미가 나올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인간의 조건 탄생 당시의 불안감
<인간의 조건>의 서수민 CP는 요즘 자다가도 웃음이 나온다고 한다. <인간의 조건>이 이렇게 잘 나오고 반응이 좋을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 이 프로그램의 시작은 개그맨들이 모여서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짜보라고 신미진 PD에게 숙제를 내주면서였다고 한다. 신미진 PD는 무려 10개의 아이템을 가져왔는데 결국 전부 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수민 CP나 예능국 총괄 프로듀서인 박중민 EP 입장에서는 MC도 없이 개그맨들만으로 한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능PD들은 새로운 시도에 대한 불안감 같은 게 있어요. 예능하면 꼭 해야 할 것처럼 여겨지는 1,2,3가 있는데 이것 없이 과연 제대로 나올까. 메인 MC가 없고 게임이 없고 오락성이 없는데 과연 될까. 그런데 되는 걸 보면서 시청자가 원하는 건 다른 거 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나영석 피디 <인간의 조건>의 가능성에 힘을 보태다.
“그렇게 갈 수 있게 신미진 PD를 잡아준 데에는 나영석 PD의 공이 컸습니다. 사실 처음 휴대폰, TV, 인터넷 없이 살기 미션에 대해 저나 박중민 EP나 뭐 딱히 잡히는 게 없어 걱정이 많았죠. 그래서 신미진 PD는 꽤 신랄한 비판을 받았는데 그때 같이 회의를 했던 나영석 PD가 이거는 분명히 된다고 확신을 갖고 말하더라구요. 왜? 하고 물었더니 지금 국장님도 휴대폰 없이 사는 삶에 대해서 물어 봤을 때 아무런 그림이 안 떠오른다고 얘기하시지 않았냐고 하지 않았냐. 마찬가지다. 뭐가 될지 모르는 게 버라이어티의 시작이다. 게임이 있고 뭐가 있으면 뭐가 나올 지 다 예상이 되지 않냐. 그것보다는 뭔지 모르겠다는 궁금증이라도 생기고 그래야 성공 가능성이 있다, 고 얘기하더라구요. 후에 몇 번 촬영장에 찾아갔는데 그 때마다 나영석 PD가 말하더군요. 이건 대박이야!”
<꽃보다 할배>
-꽃보다 할배 연출 배경은?
"아이디어를 구상하다 여행 안에서 젊은이의 코드와 노인의 방식이 만나면 재미있겠다 싶었어요. 답습이라는 말을 들을까 무서워 못하는 것은 구차하다고 생각했고요. 모든 걸 떠나 세대 간의 소통 면에서 의미 있는 기획이 될 것 같아 시작했습니다." “여행이 젊은 사람들에게는 낭만이지만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모험일 수 있다는 게 우리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다”고 밝혔다.
- 꽃보다 할배에서 이서진을 선택한 이유?
"아무래도 젊은 짐꾼이 한 명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분을 섭외할까 고민도 많이 했고요. 어느 날 이순재 선생님 매니저분이랑 얘기를 했는데, 이서진씨를 추천하더라고요. 이순재 선생님과 함께 드라마 '이산'을 찍으면서 봤는데 요즘 젊은이들과는 다르다면서요. 대부분의 젊은 연기자들은 촬영 초기에는 선생님들을 챙기지만 촬영이 지속되면 아무래도 신경을 덜 쓰게 마련인데 서진씨는 달랐대요. 60편이 끝날 때까지 항상 이순재 선생님 식사를 챙기면서, 아버지와 아들처럼 이야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요. 어떻게 보면 세대 차이가 나서 공감대가 없었을 텐데 말이죠.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서진씨와 함께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어 나영석PD는 "처음엔 나도 반신반의하며 캐스팅했다. 하지만 200% 만족했다. 감동을 받을 정도로 어르신에게 잘했다. 신의 한 수였다"고 말하며 이서진을 칭찬했다.
-꽃보다 할배 캐스팅 비화
"H4의 조합은 신의 한 수"라고 평가하자 "딱 누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배낭여행 함께 갈 그룹 모집하듯 자연스럽게 섭외했다"고 말했다.
"이순재 선생님께 처음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수락하셨고, 아끼는 친한 후배가 누구인지 여쭤 보니 신구 선생님을 각별하게 생각하셨어요. 신구 선생님은 박근형 선생님을, 다시 백일섭 선생님까지 이어졌지요. '그가 가면 나도 가야지' 하면서 의기투합하게 된 겁니다."
- 앞으로의 꽃보다 할배
"2탄, 3탄..이런 표현을 쓰시던데 사실 이건 부제에 대한 조금은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저희 제작진은 할배들과 떠나는 배낭여행을 통틀어 1탄이라 생각하거든요. 대만행을 딱히 2탄이라 부르지 않는다는거죠."
'꽃할배' 1탄이 그저 목적지에 따라 유럽편, 대만편으로 나뉜다는 설명. 하지만 나영석 PD 역시 향후 선보일 '꽃할배' 2탄과 3탄 역시 시즌제 개념으로 여러가지 기획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1탄이 할배들과 떠났던 배낭여행이라면, 2탄과 3탄은 대상도 내용도 바뀔 수 있는 거라 보시면 될 거예요. 예를 들면 돌아이와 떠나는 우주여행 프로젝트..뭐 이런 식이죠. 근데 아직 기약은 전혀 없습니다."
<꽃보다 누나>
-꽃보다 누나의 연출하게 된 배경?
'꽃보다 누나'의 연출자 나영석 PD (CJ E&M 제공)'꽃누나'의 콘셉트는 '꽃할배'의 그것에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여행 중에 벌어지는, 남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여성의 심리도 녹였다. 또 '짐꾼'으로 이승기를 발탁하면서 색다른 재미를 줬다.
나 PD는 "할배들을 모시고 갔을 때 힘들었던 것과 다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여배우들은 감수성이 훨씬 풍부하다"고 털어놓으면서 "'꽃누나'를 통해 나와 이승기가 여자를 많이 배운 거 같고, 승기도 많이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기에 대해서는 "'꽃할배'의 이서진이 전문 가이드였다면, '꽃누나'의 이승기는 초등학생 수준"이라고 밝히면서 '허당' 이승기의 성장기 역시 관전포인트로 꼽았다.
이 글들을 정리하면서 나영석 피디는 이승기라는 사람의 성장에 많은 관심이 있다는 걸 알았다. 1박 2일은 연출하는 동안 배우에서 국민MC로 성장하는 이승기의 모습을 보았고 <꽃보다 누나>에서는 홀로서기하는 어른의 모습과 여자를 챙기는 법을 알아가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영석 피디가 카메라에 담는 이승기 성장기는 보는 우리로 하여금 따뜻한 동료애를 느끼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나영석 피디의 출연진과의 소통이라는 질문에 나영석 피디는 연출과 편집이라고 답한다.
나영석 피디는 자신을 믿고 함께 해주는 출연진에게 멋지게 방송 내보는 주는 자신의 일로 소통하고 있다. 그의 소통에 보는 시청자들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알아 가고 있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제가 우리 멤버들과 그렇게 자주 만나거나 통화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에요. 오히려 무심한 편이죠. 하지만 제가 PD로서 이분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연출과 편집이라고 생각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고생하고 수고하고 있는지 제가 알고 있으니까요. 그걸 고맙다고 말하진 않지만 프로그램을 보면 느낄 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 고생한 만큼, 수고한 만큼 멋지게 내보내주는 거, 그게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나영석 피디의 연출배경과 출연진을 정리하면서 그는 엄청난 자신감의 소유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박 2일은 이명한 피디의 연출을 이어 받아서 캐스팅변화를 주는데 자신의 역량이 많이 들어가진 않았지만 <인간의 조건>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등 예능감을 알수 없는 사람들에게서 재미를 얻을수 있는건 불안감을 뛰어넘는 자신감이 없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사람들 사이의 의외성을 발견하고 캐릭터 만들수 있는 연출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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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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