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 루쉰
- 저자
- 저우하이잉 지음
- 출판사
- 도서출판강(주)(구)강(도) | 2008-06-23 출간
- 카테고리
- 인문
- 책소개
- 아들이 증언하는 중국의 대문호 루쉰의 삶과 격변의 중국 현대사중...
나의 아버지 루쉰
저우하이잉 저/ 강
루쉰은 "아큐정전" "광인일기"등 중국 민중에게 끝없이 희망을 얘기하던 혁명가이자 문학가였다. 그의 아들인 저우하이잉이 밝히는 아버지 루쉰과 아버지의 친한사람들, 그리고 아버지 죽음이후 변하는 중국의 모습 그리고 그 역사를 살아가는 남은 가족의 이야기 등 루쉰의 아들로 살아가면서 겪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나의 아버지 루쉰>가 기존 루쉰의 일대기를 다룬 책과 다른 이유는 역사적 관점에서 소개되는 사건의 이면을 볼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한 루쉰이 사망 후 가족들의 삶 속에는 중화인민공화국수립과 문화대혁명과 같은 중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굵직한 사건들이 포함되어 중국의 역사 또한 살필 수 있다.
상하이가 일본의 지배를 받던 시절, 곡물을 구하기 위해 암시장을 드나들던 이야기도 등장한다.
골목에는 둔탁하게 옷을 껴입은 소상인들이 자주 나타났는데, 그들이 입은 이중으로 된 면 옷 안에는 양식이 숨겨져 있었다. 구매자와 가격을 합의하고 나면 소상인은 슬그머니 주방으로 들어와 옷을 벗고 식량을 쏟아놓았다. (……) 어떤 때는 양곡 상점에서조차 잡곡가루나 옥수수가루만을 팔기도 했는데, 한 사람당 두 근으로 그 양까지 제한했다. 나와 여자 사촌들은 양식 사는 일을 맡았다. 우리는 문도 아직 열지 않은 이른 새벽에 양곡 상점에 가서 줄을 섰는데, 우리 앞에는 이미 양식을 사려는 사람들이 북적댔다. 한 사람이 여러 번 줄을 서는 것을 막기 위해 양식을 산 사람들은 손에 모두 보랏빛 염료를 묻혀야 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염료를 묻히기 전에 유지를 손에 바르는 꾀를 생각해냈다. 그렇게 하면 손에 묻은 보랏빛 염료를 쉽게 씻어내고 다시 줄을 설 수 있었다. 잡곡가루를 더 사서 암시장에서 살 쌀값을 아끼는 것은 매우 큰 행운이었다.
-혁명가의 가족 또한 가난은 벗어나기 힘든 굴레였다. 양식의 배급과 같은 소상공인의 판매모습에서 그 당시의 가난함이 고스란히 들어난다.
루쉰의 가족들도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에 대한 공포에 떨어야 했다. 자본주의 냄새를 풍기는 물건들을 서둘러 없애고, 외출할 때마다 『마오 주석 어록집』을 챙기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
어머니는 나에게 홍위병이 우리 집에 쳐들어와 조반造反하는 것을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을지 상의했다. 당시의 분위기에 따르면 이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마오 주석 상像과 어록을 높이, 그리고 많이 다는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한순간에 우리 집 곳곳에 마오 주석 어록이 넘쳐났다. (……) 언제 닥칠지 모르는 화를 피하려고 라디오 부품, 전자관, 클래식 음반 등의 일상적인 물건들을 모두 나의 큰아들에게 건네 부수게 했다. 반나절을 때려 부수자 모두 조각으로 변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던 이야기책과 연속그림책, 외국 동화책들도 전부 고물상에게 팔아넘겼다. 아이들은 몇날 며칠을 슬퍼했다. 마당에는 겨울을 지키는 모란을 심어두었는데 모조리 뽑아버리고 해바라기, 옥수수로 바꿔 심었다. 어머니가 외출할 때마다 우리들은 어머니 가슴에 마오 주석 휘장이 단정하게 달려 있고, 『마오 주석 어록집』이 가방에 잘 들어 있는지 검사했다. 이는 집안사람 누구든지 책임지고 검사해야 할 일과였다. 우리 집에 면해 있는 거리의 벽은 원래 아무 장식도 없는 푸른 벽돌로 쌓아올린 벽으로 표어 하나 적혀 있지 않았다. 우리들은 혹시 혁명에 대한 경각심이 높은 홍위병이 의심을 하고 뛰어 들어와 물을까봐 재빨리 붉은 페인트를 사와서 “마오 주석 만세”라는 표어를 벽에 칠했다.
-사상의 문제를 들어 사람을 평가하던 혹독한 시절 마오쩌둥의 세상이 도래함에 따라 루쉰의 가족 또한 빨간 낙인을 피하기 위해 또는 살아남기 위해 사상 숨겨야 하는 시대였다.
루쉰의 미망인 쉬광핑은 루쉰이 죽은 후 루쉰 저작에서 인세를 받으며 생활해왔다. 그런데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후 인세를 받는 것이 자본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게 된다. 쉬광핑은 뒤늦게 인세를 학교에 기부하려고 했으나 거절당한다.
해방 후의 사회 관념도 변했다. 과거에 우리 모자는 아버지의 인세를 받아서 생활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해방 후의 법률은 유산 계승을 합법적인 것이라고 명문으로 규정하고는 있지만, 여론은 노동 없이 소득을 얻는 것은 자산계급의 사상에 찌들어 있다고 생각하여 부끄럽게 여겼던 것이다. (……) 가장 충격을 받았던 것은 우리가 학교에 기부를 하려고 하는데도 그것이 무슨 깨끗하지 못한 돈이라도 되는 양 거절당한 일이었다.
-아버의 인세 조차 자유로운 소득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기부조차 어려웠다. 그 당시는 노동이라는 잣대로 모든걸 평가하는 시기였고 노동은 육체노동에 한정되던 시기였음을 알수 있다.
아버지 루쉰의 아들의 천식을 걱정하여 챙기던 일화도 소개되어 있다.
겨잣가루를 이용한 방법은 아버지께서 내 천식에 사용한 비장의 무기나 마찬가지였다. 방법은 간단한데, 세숫대야야 그량의 겨잣가루를 넣고 끓은 물을 부은 후 그 안에 수건을 넣는다. 겨잣가루가 수건에 흡수되면 아버지께서는 내가 너무 뜨겁지 않게 젓가락을 수건에 꽂아 서로 반대방향으로 비틀어 물기를 짜내셨다. 등을 뜨겁게 찜질 할 때는 위에 마른 수건 하나를 덮었는데 십 분 후에 떼어내보면 등이 복숭아처럼 시뻘겋게 달아올라 조금만 건드려도 매우 아팠다. 열찜찔을 하고 나면 호흡이 많이 편안해지면서 서서히 잠이 들어 밤새 싶은 잠을 잘 수 있었다.
급변했던 중국의 역사와 소시민의 생활습관이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아버지 루쉰에 대한 아들의 고찰이 눈에 띈다. 아버지의 글을 평가함에 있어 편지가 좋은 수단이라는 밝히는 이유는 저작과 다른 편지의 습관을 넘어 아들의 입장에서 본 아버지의 생활 습관에 바탕을 두고있다.
아버지 스스로 글을 쓰는 것은 '전쟁'과 같아 몸에 어쩔수 없이 '어느정도의 철감'을 둘러야 한다고 이야기한적이 있다. 때문에 단어와 문구에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하셨다. 그러나 친구에게 쓰는 편지는 달랐다. 아버지가 '말하는 것과 속마음은 다르다'고 한 적은 있지만 실제로는 사람이든 일에 대해서든 거리낌없이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바로 기술했다. 그렇기 때문에 편지는 아버지를 이해해고 연구하는데 가장 좋은 자료인 것이다.
<나의 아버지 루쉰>은 루쉰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라기 보다는 아들의 관점에서 본 아버지 루쉰과 아버지의 죽음 이전과 이후의 가족의 삶을 다룬 루쉰 가족기에 가깝다. 그렇기에 루쉰의 삶을 안 다음 접하면 좋을 책이다.
*굵은 글씨는 본문 내용 일부임을 알려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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