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의 기초
시인 서윤후
시집 <문학동네시인선 100 기념 티저 시집 :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 봐> 중에서
해보세요. 맨발로 골프공 하나 지그시 밟는 일을
건강에 좋을 수도 있는 일을
꾹꾹 몸을 누르기에 좋은 것들을 봐요
어디가 아플때마다 하나씩 사 온 것들
뾰족한 것으로 자신을 찔러보는 용기는
이게 최선일 리 없다는 마음과는 사뭇 다르게
아파야만 아픔이 풀릴 수 있대요
뭉친 근육과 자신도 모르게 한 결심이
하나의 심박동을 나눠 쓰며 싸우는 것을 이젠 허락했어요.
어깨가 먼저 죽어가고 기후에 어두워져요.
매일 서늘하기도, 종동 젖기도 하는
나무를 흔들어야만 어제 날씨를 알 수 있는 사람이 돼요.
마르지 않고 살아 있어서 종종
발을 주무르며 걸어온 나날을 복원합니다.
모든 게 나아졌다고 믿어요. 그런 수모를 겪는 밤이에요.
초인종으로 해두기 좋은 울음소릴 채칩하려고
성난 피로의 목줄을 편히 놓아줍니다.
어깨 위로 놀란 새들이 후드득 떨어지면
꾹꾹 눌러요. 이게 처음도 아닌데
요령을 몰라서 졸다가 놓친 양들이 돌아와 밤새 울고요
그건 내가 들어요.
<바다개미 후기>
안마볼로 발을 누르고 있다가 읽어서 공감한 걸까 생각했습니다. 첫 구절에 시선이 갔지만 읽는 중간중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나무가 흔들어야만 어제 날씨를 알 수 있는 사람이 돼요'라는 구절과 시를 관통하는 통증처럼 우린 왜 아파야 풀릴 수 있는 걸까요. 오늘도 '꾹꾹 눌러요' 하는 시인처럼 아픈 통증을 나아지게 하기 위해 눌러요. 안 아픈 곳은 일단 우선순위에 밀렸네요. 어쩌면 이런 게 미련해 보이지만 인생인지도 모르지요.
* 시인에게 해당 시의 저작권이 있습니다.
* 저작권 문제시 바로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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