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너에게 세 들어 사는 동안

                      시인 박라연
                       시집 <너에게 세 들어 사는 동안>

나,
이런 길을 만날수 있다면
이 길을 손 잡고 가고 싶은 사람이 있네
먼지 한 톨 소음 한 점 없어 보이는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도 그도 정갈한 영혼을 지닐 것 같아
이 길을 오고 가는 사람들처럼
이 길을 오고 가는 자동차의 탄력처럼
나 아직도 갈 곳이 있고 가서 씨 뿌릴 여유가 있어
튀어 오르거나 스며들 힘과 여운이 있어
나 이 길을 따라 쭈욱 가서
이 길을 첫무늬가 보일락말락한
그렇게 아득한 끄트머리쯤의 집을 세내어 살고 싶네
아직은 낯이 설어
수십 번 손바닥을 오므리고 펴는 사이
수 십 번 눈을 감았다가 뜨는 사이
그 집의 뒤켠엔 나무가 있고 새가 있고 꽃이 있네
절망이 사철 내내 내 몸을 적셔도
햇살을 아끼어 잎을 틔우고
뼈만 남은 내 마음에 다시 살이 오르면
그 마음 둥글게 말아 둥그런 얼굴 하나 빚겠네
그 건너편에 물론 강물이 흐르네.
그 강물 속 깊고 깊은 곳에 내 말 한마디
이 집에 세들어 사는 동안만이라도
나...처음...사랑할...때...처럼...그렇게......
내 말은 말이 되지 못하고 흘러가버리면
내가 내 몸을 폭풍처럼 흔들면서
내가 나를 가루처럼 흩어지게 하면서
나,
그 한마디 말이 되어 보겠네

 

출처&nbsp; :&nbsp; 예스 24

 


<바다개미 후기>
시를 읽으면 손잡고 같이 가고 싶었던 사람이 떠오릅니다. 항상 칭찬해주던 사람 그리고 본인 보다 나를 챙겼던 사람
그 집에 세 살지 못한 나의 작은 마음이 흩어져서 사라져 버렸지만 또 다시 기억나는 하루입니다.

* 해당 시의 저작권은 시인에게 있습니다.
* 저작권 문제시 바로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반응형
LIST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