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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시인 김광렬
              시집 풀잎들의 부리

겨울이다 발가벗어야 겠다.
눈이 차가운 줄만 알았지
옷을 입으면 그 무엇보다도 따뜻해진다.
옷이면서 살, 살이면서 옷인
눈을 입으면
나는 영락없이 눈꽃 핀 나무가 된다
밖으로 나가야 겠다
따뜻함이 오히려 송곳으로 나를 찌른다
나를 나태하게 하는 저 따뜻함
나를 위태롭게 하는 저 나른함
이부자리로 기어들다 보면
무엇이 보이나 어떤 세상이 열리나
이불 속에 따뜻한 꿈이 보이기나 하나
축 늘어져 정신이 썩기 전에
광장이나 들판에 서야 한다
가지를 키우고 잎을 피워내고
단단히 뿌리를 내려야 한다 춥다고
구들장을 지킬 수만은 없다
이 겨울 살갗 찢겨 등 터져
산등성이 넘는 얼어붙은 것들과 더불어
나도 힘든 계절을 이겨내야만 한다.

출처 : 예스24


<바다개미 후기>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겨울이 온 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추위를 피해 매트에 누워 있다 보니 나를 위태롭게 하는 건 추위가 아니라 나른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이 겨울 춥고 춥겠지만 시인처럼 '산등성이 넘는 얼어붙은 것들과 더불어'  힘든 겨울을 이겨내고 새싹 피는 봄을 맞이해야겠습니다. 겨울 내내 이부자리에 있고 싶을 때  이 시를 꺼내봐야겠습니다.

 * 해당 저작권은 시인에게 있습니다.
* 저작권 문제시 바로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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