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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동냥치

 

시인 박상률

박상률 육필시집 <꽃동냥치>

 

밥 한 주먹 담아 먹을 양재기 하나 없어도, 동전 몇 닢 받아 넣을 깡통 하나 없이도, 그는 동냥치다. 한 면에 한 마을씩 가가호호 제삿날만 챙겨 두면 먹고사는 일 정승 판서 부럽지 않은 그. 등짝에 지고 다니는 망태기엔 철 따라 달리 피는 들꽃 가득하여 꽃동냥치라 불리지만, 그는 여태껏 무얼 동냥한 적이 없다. 어쩌다 제사 없는 날엔 아침 뒷산에 올라 마을 사람 아침잠을 다 깨운다.

 “ 내 며느리들 빨리 일어나서 나 먹을 아침밥 지어라!”

졸지에 한 마을 아낙이 모두 그의 며느리가 되고 만다.

그가 죽어 그의 꽃 망태기도 같이 묻혔다. 그의 무덤에 꽃이 피어났다.

 지금 내가 그에게 동냥을 청한다.

 “꽃 한 송이, 내 등짝에도 피어나게 해 주세요.”

 

<바다개미 후기 >

 

교과서에서는 망태기에 담긴 꽃을 불교용어인 '산화공덕'으로 이야기한다. 산화’는 부처님 앞에 꽃을 뿌려 공양하는 일을, ‘공덕’은 좋은 일을 많이 한 힘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공덕을 나누는 일을 하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을 엿볼수 있다.

 

그러나 지금  나의 해석은 조금 다르다. 자신의 어려운 현실에 작아지거나 굴하지 않고 꽃이라는 이상을 쫓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도 현실만을 살지 말고 이상을 살라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리고 시 속의 화자가 그에게 동냥을 청하는 모습은 갈수록 각박해져 가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상은 말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나도 그에게 동냥을 청해본다.

 

 

상업적인 목적이 없음을 다시금 알려드립니다.

저작권은 시인과 출판사에 있습니다. 문제시 바로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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