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말과 생각
황호택 기자가 만난 생각의 리더 10인
동아일보사
<책소개>
동아일보' 사회부, 경제부 기자를 거쳐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황호택. 월간지에「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을 5년간 연재한 것을 모아 엮은 책으로, 저자는 "인터뷰는 그 시대, 그 사람의 말과 생각을 기록하는 저널리즘 장르"라 이야기한다.
이번 책에는 작가 김주영, 탤런트 최진실, 대법원장 이용훈, 만화가 허영만, 백범학술원장 신용하, 연극인 윤석화, 고려대 명예교수 김용준, 가수 조용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장 한승헌, 법무부 장관 천정배 등 각계 각층의 유명 인사들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다.
<바다개미 후기>
최진실 :
있는 그대로 잘 써주세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기사를 쓰면 이 인터뷰로 끝나는게 아니라 연예를 다루는 일간지, 주간지들이 베끼니까요. 그래서 제가 그동안 인터뷰를 피했어요.
갈수록 가십기사와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만이 구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시대에 배우의 말이 송곳처럼 다가온다. 대중과 인터뷰하지 않는 스타에게 신비주의라고 우리는 욕아닌 욕도 했지만 스타 나름의 사정에 우리는 귀 닫고 있지 않았는지 반성해본다.
윤석화 :
연극은 배우 예술이지요. 저는 무대에서 '이때는 관객들이 내 눈만 볼 것이다' '이때는 내 얼굴 구도를 볼 것이다' . '이때는 전체를 볼 것이다'라고 계산하면서 연기합니다. 심리적 계산인데 적중해요.
윤석화 :
" 이 책이 없어지면 또 다른 책이 생기겠죠. 그런데 왜 모래성처럼 쌓고 부수기를 계속해야 하죠? 적어도 <객석>이라는 잡지 하나는 역사를 이어 가야 한다는 생각에 인수했습니다.
어려운 잡지 시장에 1984년부터 발간을 시작한 객석이 지금까지 있다는 사실은 잡지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긴 역사와 더불어 문화 잡지가 지속적으로 발간되고 있다는 것은 문화계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그 중심에 연극을 배우 예술이라 말하는 배우 윤석화가 있음으로써 객석에 앉아 보는 관객 뿐만 아니라 독자에게도 책임감을 가지게 한다.
조용필 :
"사실 그때 생각이 잘 안나요. 저는 어떤 생활 철학이 있어요. 과거는 과거대로 묻어 둬야 한다는 거죠. 과거가 나한테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미래가 더 중요한 법이지요. 또 오늘이 중요하고요. 남들이 제게 그때 얼마냐 고생했느냐고 곧 잘 묻지만 전 고생했지만 생각지 않아요. 냉정하게 돌이켜보면 큰 꿈이 무너진거죠. 그렇지만 현실을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제부터 내가 헤쳐 나가야 된다기보다는 이제부터 새로운걸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음악 연주도 하고, 다른 것도 하고........그런 일들은 지나간 추억에 불과하죠."
스타의 과거에 대해 시대가 흘러 대답을 원하는 것이 과연 대중의 알권리인가. 세월이 흘렸다고 본인이 짊어진 무게가 가벼워 졌다고 생각하는 대중의 논리를 스타에게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닐까. 과거를 묻어 미래를 알고자 한다면 어쩔수 없는 일이지만 연결고리가 없다면 과거보단 미래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면 현실의 이야기 하는 것이 알권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 '법관은 판결로만 말한다'는 법언이 이시대에도 맞는다고 생각하는지요. 국민이 큰 관심을 갖는 사건 중에서 그것이 법률문제와 관련 있을때도 법관이 꼭 침묵하는 것이 옳은 가요.
이용훈 대법원장 : '법관은 판결로만 말한다'는 규정이 어디에 있습니까. 누가 그런 말을 만들었을까요. 민사소송의 대원칙이 구술(口述)주의입니다. 말로 하는 것입니다. 판사가 말 안하면 어떻게 당사자의 말을 정리하고 재판을 진행합니까. 공판 중심주의도 법정에서 얘기 듣고 재판하자는 것 아닙니까. 판사가 재판을 진행하는데 의심 나는 대목이 있으면 묻어보면서 해야 될 것 아니예요.
그동안 판사들이 판결로만 당사자들을 설득하려 노력해 왔는데 그게 한계에 부닥쳤다는 생각이 들어요. '설득은 법정에서 하고 판결은 간결하게 하라'고 동기 부여를 하고 있습니다. 당사자들이 말을 좀 하고 싶은데 법정에서 말을 못하게 하기 때문에 법원과 국민 사이에 소통이 안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도 어지간한 병을 말만 들어줘도 대충 치료가 됩니다. 하물며 사회적 갈등이 생겼는데 그 사람들의 말을 안 들어주면 어떻게 치유가 되겠습니까. 재판은 사회적 질병에 대한 치유입니다. 사회적 질병은 말로부터 생기고 원한으로 생기는 것이니까 말을 들어줘야지요. 판결문이 간단해지는 것이 세계적 추세입니다. 미국에서도 1심 재판은 대부분 주문(主文)만 나갑니다.
'법관은 판결로만 말한다'
①법정에서의 발언권의 제약에 대해 사법부가 국민의 뜻을 경청하고 있는가
②국민의 관심사가 큰 사건 임에도 진생중이라고 과정을 숨기는 사건과
과정이 검,경찰에 의해 일방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형평성에 맞는가?
③법원에서 판사가 원고, 피고보다 의자높이가 높은 이유, 권위의 상징인가?
법원의 권위주의와 경찰과 검찰의 일방주의에서 소통하는 날과 사법부의 문턱이 낮아지는 날이 다가오는 날을 꿈꿔본다. 법의 잣대로 국가를 운영하려는 법치주의 말고 법이 좀 더 쉽게 다가왔으면 한다.
특권층의 도구가 아닌 우리 모두의 법안에 국민으로 저울의 높낮이가 같기를...
<총론>
인터뷰는 알면 알수록 어렵다. 사람마다의 성격, 언어, 언변이 다르다.
그 틈을 파고 들어 요술 소시지 만드는 것 그것이 인터뷰이가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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