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할머니
요시모토 바나나/ 김난주 옮김 , 민음사
<책소개>
<키친>, <티티새>의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작 소설. 어머니를 잃고 슬픔에 잠긴 소녀가 아르헨티나 할머니라는 수수께끼의 여인을 만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특유의 동화적인 색채와 섬세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또한,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요시모토 나라의 회화 15점이 곳곳에 수록되어 작품의 재미를 더해준다.
엄마가 죽고 반년이 지난 어느 날, 주인공 미쓰코의 아버지는 아르헨티나 할머니와 동거한다. 아르헨티나 할머니는 동네 어귀 다 무너져 가는 건물에 혼자 사는 괴짜 여인으로, 한때는 탱고나 스페인어를 가르쳤지만 머리가 이상해졌다는 소문이 돌면서 아이들의 놀림감으로 전락해버렸다. 용기를 내어 아르헨티나 빌딩이라고 불리는 그녀의 집으로 찾아가 보니, 아버지는 그 집 옥상에서 타일로 만다라를 만들고 있었다.
그 만다라를 통해 아버지는 아내와 사별하고 평생을 몸담은 석공 일에서도 밀려난 아픔을 달래고 있었던 것이다. 미쓰코도 아르헨티나 할머니의 집을 드나들면서, 이별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해나간다. 그러던 중, 아르헨티나 할머니가 작은 사내아이 하나를 낳고 심장 발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고, 아버지는 홀로 그곳에 남아 아이를 기르는데….
<바다개미 후기>
외동딸인 내가 엄마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무엇을 얻었는지는 뭐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다. 하지만 내 눈동자에 깃든 어떤 빛으로 표현 할 수 있다. 거울을 보면 내 눈에 전에는 없던, 무엇가를 받아들이는 커다란 힘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이 가족의 죽음을 겪는다는 건 커다란 이별을 견뎌내는 것이다. 이별의 아픔을 온 몸으로 받아 낸다는 건 그게 머라고 설명 할 순 없지만 본인의 삶을 지배하는 커다란 힘이 된다.
사람은 죽는 순간 까지 살아있다. 절대 마음속에서 미리 묻어서는 안 된다.
이것도 내가 아르헨티나 할머니에게서 배운 것이다.
사람은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것이다. 기억한다는 건 사람과 사람사이의 대화한다는 의미이다.
그리움이란, 모든 것이 달라진 후에야 비로소 싹트는 것, 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정말 아름다운 여자는 보고 또 봐도 어떤 얼굴인지 기억 할수 없는 법이지"
......"글쎄, 처음에는 그랬지.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짜증스럽도록 또렷하게 보이는 거야. 그게 부부란 거겠지"
흐릿했던 기억를 자꾸 기억하려고 하다보면 기억의 객관성을 잃을지는 모르지만 나만의 기억으로 다시금 재편된다. 그래서 그 기억은 나만의 기억으로 또렸해지고 생각나는 범위를 넓혀진다. 부부이기에 아름다운 부인과 공유한 삶은 더욱 더 또렸해진 기억이다.
이 인생에서, 나는 나를 위한 유적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사람인 왜 유적을 만드는지 알아?"
"좋아하는 사람이 영원히 죽지 않고, 영원히 오늘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해서 일거야"
그건 인간이 영원토록 지니는 허망한 바람일거야. 그리고 위에서 보면 목걸이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신마저 부러워 아름다운 빛의 알갱이지. 라고 유리씨는 말했다.
유적에 우리가 매달리는 이유는 위의 말처럼 영원히 오늘이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는게 아닌가 싶다. 기억을 상징할 수 있는 존재를 만들고 몸에 지니는 것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방법이다.
<총론>
아르헨티나 할머니, 아빠 그리고 나 이 세사람은 저마다의 유적을 만들어가고 지키느라 애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할머니는 살고 있는 건물과 삶에서 유적을 만들고 아빠는 할머니와 자신의 일 그리고 엄마와 함께 한 삶을 재료로 유적을 만든다. 그리고 나는 조금씩 유적을 만들기 보다는 유적을 만들 재료를 생성해가는 단계라고 할수 있다. 정말 자신이 가지고 싶은 삶을 온전히 기억 할 수 없음을 알기에 조금씩 조금씩 그려서 간직하고 그 그림이 완성되면 기억할 필요가 없어서 끝나는게 인생이 아닌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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