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그게 아닌데
<줄거리>
어느날, 동물원에서 코끼리가 탈출했다. 코끼리 때문에 아수라장이 된 거리, 도시에 나가 사람들을 후려 치고 가게를 부수어 버리고 결국 선거 유세장까지 쑥대밭으로 망쳐놓았다. 조련사는 비둘기와 거위 때문에 일어난 우발적 사건이라고 진술하지만 이를 믿는 이는 아무도 없다.
형사는 임태규 의원 선거 유세장과 그가 건설부 장관 시절 맏든 인공호수를 목표로 삼은 것을 보아 잔인한 정치 음모라고 생각한다. 의사는 주위 사람들의 진술과 조련사의 소지품으로 짐작하는 바, 성행위 도착증에 걸린 환자의 환상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조련사의 어머니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모든 것을 풀어두는 걸 좋아하는 성향을 가졌다는 점. 집에서 기르는 개는 물론 학교 해부용 개구리를 다 풀어준 경험이 있으며 동물원에 취직한 점도 모든 동물을 풀어주기 위한 의도였다는, 다소 황당한 논리를 전개한다.
너무나 판이하게 다른 의사, 형사, 어머니 세 명의 논리에 점점 질려가고 자신의 말이 통하지 않는 다는 것에 지친 조련사는 진실을 얘기하기에 이른다.
<바다개미 후기>
코끼리의 탈출을 놓고 배후에 어떠한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경찰의 조사로 시작되는 <그게 아닌데>는 하나의 사건을 각각의 시선과 입장에서 해석하고 바라보며 그 사건의 '음모'를 파헤쳐가는 내용을 담고 있는 블랙 코메디이다.
소통과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 그 단절에 대한 사회의 소통의 문제를 코끼리와 인간의 야기를 바탕으로 우화적으로 제시하면서 현시대, 현 사회에서 서로 다른 계층, 집답간의 소통의 부재를 위트 있게 풍자하고 있다.
<그게 아닌데>는 팜플렛의 소개글 처럼 소통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를 코끼리를 통해 보여주는 연극이다. 경찰서 조사실을 배경으로 세명의 인물들을 저마다의 논리를 주장하느라 바쁘다. 그 와중에 조련사의 '그게 아닌데'라는 말 만이 독백이 되어 간간이 들릴 뿐이다.
공연시간동안 공간의 전환이나 이야기의 굴절 없이 진행되다 보니 약간의 지루함도 있으나 블랙 코메디라는 장르의 모습을 충실히 따른다. 형사의 협박, 의사와 어머니의 강요 이에 따르는 조련사의 심정 변화는 어두운 사회 속에서 혼자가 되어가는 인간의 작은 모습을 보여준다.
형사는 정치적 음모를 가지고 코끼리 탈출사건을 접근한다. 마치 영화<부당거래>에서 한 명의 범인을 만들어 사건을 진행 하듯이 조련사에게 정치적 음모 가운데 서라고 강요한다. 국민을 대변해야 하는 정치라는 분야 속에 국민은 없고 자신의 권력유지를 위해 희생해 줄 국민만이 필요할 뿐이다.
의사는 정신병적으로 코끼리 탈출 사건을 접근한다. 정신 의학적으로 동물에게 성적 매력을 느낀다는 논리로 그가 학회에 보고될 만큼 심각한 질병을 가지고 있고 지금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뿐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사람의 치유하고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할 정신과 의사가 자신의 이야기에 조련사의 행동을 끼워넣어 정신병을 양산하고 있다. 치료가 아닌 발병에 목숨을 거는 의사. 주객이 전도되어 하는 우리 의료계의 쓸씁한 현실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어머니는 아들이 원래 어릴때부터 풀어주는 걸 좋아하는 성향을 가졌다는 점을 들어 아들이 코끼리를 풀어주었다고 생각한다. 어릴때부터 아들의 모든 행동을 자신의 잣대로 평가하고 미래를 예견하고 단정한다. 믿어주고 자식이 앞으로 나아가는 걸 지켜봐주어야 할 부모가 미래를 단정하고 예견하고 그리로 가지 않는다고 다그치는 모습이다. 이 또한 어긋한 가정의 모습이기도 하며 교육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렇게 세 사람의 논리에 질식되어가는 조련사는 급기야 코끼리가 된다.
코끼리가 된다는 것은 자신만의 세상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소통의 거부당하고 이제는 소통할 수 없는 곳으로 스스로 떠나는 모습. 외로운 인간의 모습이기도 하다.
소통 없는 곳에서 '그게 아닌데'라고 작게 외치는 연극. 우리에게 따끔하게 다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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