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시인 이병률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중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땅은 비좁다 해서 이루어지는 일이 적다 하지만 햇빛은 좁은 골목에서 가루가 될 줄 안다. 궂은 날이 걷히면 은종이 위에다 빨래를 펴 널고 햇빛이 들이비치는 마당에 나가 반듯하게 누워도 좋으리라 담장 밖으로 밤낮없는 시선들이 오는지 가는지 모르게 바쁘고 나는 새미들의 행렬을 따라 내 몇 평의 땅에 골짜기가 생기도록 뒤척인다. 남의 이사에 관심을 가진 건 폐허를 돌보는 일처럼 고마운 희망일까 사람의 집에 사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일이 목매게 아름답다. 적과 내가 한데 엉기어 층계가 되고 창문을 마주 낼수 없듯이 좋은 사람을 만나 한 시절을 바라보는 일이란 따뜻한 숲에 갇혀 황홀하게 눈발을 지켜보는 일 (지금은 적잖이 열망을 식히면서 살 줄도 알지만 예전의 나는 사람들 안에 갇혀 지내기를 희망했다) 먼 훗날, 기억한다 우리가 머문 곳은 사물이 박혀 지낸 자리가 아니라 한때 그들과 마주 잡았던 손자국 같은 것이라고 내가 물이고 싶었던 때와 마찬가지로 향기로운 기척을 데려오고 있다. 날마다 세상 위로 땅이 내려앉듯 녹말기 짙은 바람이 불 것이다.
<바다개미 추천이유>
우리는 현실 보다는 옛날의 정을 그리워하거나 더 나은 미래를 보고 살아가지만
우리가 마주 보는 건 날마다 불어오는 짙은 바람입니다. 현실을 살면서 정작 현실을 부정하고 삽니다.
사람의 그림자에게 아름다움을 느끼고 한 시절 그들과 더불어 사는 지금이 좋은 시절입니다.
그렇게 우린 살아가고 우린 그 향기로운 기척을 추억하며 삽니다.
과거나 미래보다 현실에서 좋은 사람들을 찾기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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