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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의 지겨움

김훈 지음 / 생각의 나무

 

<칼의 노래><현의 노래>로 우리에게 알려진 소설가이자 기자인 김훈의 에세이집 <밥벌이의 지겨움>.

이 책은 김훈이 각종 잡지에 연재한 칼럼과 에세이를 묶은 책이다.

 

김훈은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자신이 밥벌이를 하면서 겪은 소회를 특유의 독백같은 문체로 풀어간다.

밥벌이에서 이어지는 노동의 가치에 대해서는 노동보다는 휴식이 인간성을 회복하는데 뛰어난 수단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노동을 해야 한다면 농사꾼의 노동과 같은 지속가능하고 생존과 관련된 노동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세히 이 책은 두가지로 말할수 있다. 중년이 된 김훈의 세상으로 보는 늙음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또하나는 개인 혹은 지독한 현실을 직시하려는 시선 두가지로 대변된다.

 

첫번째로 늙음에 대한 시선을 다양한 소재로 표현된다.

 

1.악기 그리고 음악

 

악기를 연주하는 인간은 아름답다. 그는 선율과 박자 위에 지금까지 없었던 세계를 빚어낸다. 그가 빚어내는 세계는 연약하고 정처 없는 것이어서, 음들은 태어나는 순간에 시간속에서 소멸한다. 하나의 음이 소멸하고 또 다른 음이 태어나 그 뒤를 물고 이어지면서 다시 소멸한다.

 

악기의 소리가 하나의 음이 소멸하면서 다른 음이 태어나고 이들이 이어지면서 하나의 음악이 된다. 우리는 이를 음악이라고 하지만 음으로 따지면 김훈의 시각처럼 소멸이 맞은 것이다. 김훈의 단어 현실 하나하나에 직시하는 관점이 그의 귀에도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2.발바닥

 

나는 개를 데리고 공원에서 달릴때 나와 개가 똑같은 아날로그의 짐승임을 안다. 나는 개와 아무런 차이가 없는 아날로그 세상의 네발짐승인것이다. 내 콧구멍에서 김이 날때, 개 콧구멍에서도 김이 난다. 이 세상의 길바닥을 헤매고 다닌 개의 발바닥에는 굳은 살이 박혀 있고 내 발바닥에도 굳은 살이 박혀 있다...나는 사람이나 새의 몸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신뢰할수 있는 부분이 발바닥의 굳은살이라고 생각한다.

 

개와 같은 아날로그 세상의 네발짐승을 인정하는 것은 물론 발바닥의 굳은 살에 대한 생각은 자신의 과거에 대한 회상이 아닐까 생각했다.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 보는 것도 굳은 살이며 앞으로 생을 담을 곳도 굳은 살이다.

 

 

두번째로 개인 혹은 지독한 현실에 직시하려는 김훈의 시선을 담고 있다.

 

1. 문지기

 

실패한 문지기들은 자신의 몸 뒤에서 그물을 흔드는 공을 쳐다보지고 않았다. 그 문지기들은 또 다시 전방을 노려보고 있었다. 모든 골에는 함성이 일었고, 그때마다 문지기는 무너졌다...문지기들은 자신의 참패에 열광하는 관중의 함성을 들으면서 어떤 마음이 되는 것일까. 함성이 일때 경기장엔 오직 문지기 한 개인만이 외톨이가 돼 골문 앞에 서 있다... 패배의 맥락에서 축구를 볼때는 개별적인 인간이 잘 보이고, 승리의 맥락에서 축구를 볼 때는 인간의 집단이 먼저 보인다.

 

축구 그리고 문지기에서 개별적인간은 보는 김훈의 시선은 독특하고 따뜻하다.

대부분의 사람의 승리의 맥락에서 축구를 볼때 김훈은 문지기의 시선에서 축구를 본다. 이는 개별적인 인간으로 이어진다. 그가 기자임을 생각한다면 사건에 매몰되지 않고 인간에게 집중하려는 시선이 따스하게 다가온다.

 

2. 자신의 책<칼의 노래>의 이순신

 

<칼의 노래>의 이순신은 실존한 그대로는 아니고 내가 만든 것인데. 희망 없이도 잘사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거다. 희망이나 전망 없이도 살아야 되는게 삶이다. 그리고 그게 현실이기도 하다. 희망을 전제하지 않고 어떻게 사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나는 희망 없이도 역사가 가능하다고 본다. 오히려 헛된 희망이 인간을 타락시킨다. 인간은 헛된 희망 때문에 무지몽매해진다. 결정적으로 인간이 무지몽매해지는 것은 어설픈 희망 때문이다.

 

나는 위의 구절이 세상을 보는 김훈의 시선이라고 생각한다. 희망없이도 잘사는 인간의 모습은 지독하게도 현실적이다. 그러나 그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는 미래또한 바꾸기 힘든다는 것 알기에 그의 시선을 불편하지만 인정해야 한다.

 

<밥벌이의 지겨움>은 노을에서 본 자신의 삶과 개별적 인간과 지독한 현실직시를 담은 에세이 집이다.

밥벌이의 지겨운 사람보다는 내 삶이 뜬 구름속에 가려 보이지 않아 답답한 사람에게 추천하기 좋은 책이다.

 

* 초록색 글씨는 본문 내용의 일부임을 알려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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