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피천득/ 샘터사
<인연>은 소박한 말투로 독자에게 대화를 거는 책이다. 수필의 대가 피천득 선생의 <인연>. 그 속에는 가르침이 없고 독백만이 있어 더욱 귀 기울이게 되는 책이다.
눈물의 다양함이여! 이별의 눈물, 회상의 눈물, 체념의 눈물, 아름다울 것을 바라볼 때의 눈물...그 정한이 무엇이든 간에 비 맞은 나무가 청산하게 되듯이 눈물은 마음을 씻어준다.
눈물은 인정의 발로이며 인간미의 상징이다.
예전에 추억하는 못하는 사람은 그의 생애가 찬란하였다 하더라도 감추어 둔 보물의 세옥과 장소를 잊어버린 사람과 같다. 그리고 기계와 같이 하루하루를 살아온 사람은 그가 팔순을 살았다 하더라도 단명한 사람이다. 우리가 제한된 생리적 수명을 가지고 오래 살고 부유하게 하는 방법은 아름다운 인연을 많이 맺으며 나날이 적고 착한 일을 하고, 때로는 살아온 자기 과거를 다시 사는데 있는가 한다.
이는 우리가 모두 공감하는 말이다. 그가 어떤 일은 하고 일생을 살았느냐 보다는 어떤 추억을 가지고 살았느냐에 따라 그는 단명한 사람일수도 있고 오래 산 사람일수도 있다. 어떤 이가 일찍 죽었다고 하더라도 남은 사람들에게 많은 추억을 남겼다면 그는 살아있는 사람일수도 있다.
아빠가 부탁이 있는데 잘 들어주어
밥은 천천히 먹고
길은 천천히 걷고
말은 천천히 하고
너의 책상 위에 '천천히'라고 써 붙여라
눈 잠깐만 감아봐요. 아빠가 안아줄게
자 눈떠!
아빠의 담담한 말이 우리를 미소짓게 한다.
자식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따스하게 빛난다.
"나는 말 주변이 없어"하는 말은 '나는 무식한 사람이다. 둔한 사람이다'하는 소리다.
화제의 빈곤은 지식의 빈곤, 경험의 빈곤, 감정의 빈곤을 의미하는 것이요.
자신의 빈곤을 인정하기 보다는문제를 직시하여 해결하는 것이 삶의 지혜는 아닐지 생각해 본다.
자신은 둔한사람이라는 말에서 말한 이의 생각을 읽는 작가의 마음은 사람을 좋아하기에 먼저 보듬어 주려는 마음이 엿보인다.
2014년 지금 피천득 선생의 <인연>을 접하면서 우리가 짚고 가야 할 점이 있다.
수필가로서 피천득 선생의 작품은 교과서에 수록될 만큼 좋은 작품이 많다. 근대화시기에 피천득 생애 즉 근 100년동안 정치적인 논란이나 현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지 않음 써 가능한 성과라는 의견도 있다. 하나의 예 로 <인연>중에서. “십년쯤 미리 전쟁이 나고 그만큼 일찍 한국이 독립되었더라면” 그녀와의 결혼이 이루어졌을지 모른다는 대목에서 '일어나지 말았으면'이 아니라 미리 일어나기를 바랐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비정치성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다. 이런 비판을 소개한 이유는 작가를 칭송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작품만을 보자는 생각에서 전한다.
그런 논란에도 피천득 선생이 널리 사랑받는 이유는 시와 닮은 간결한 문체가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피천득 선생은 <인연>을 통해 그가 관계를 맺은 사람들에게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보듬어주는 말을 건넨다.
* 초록색 글씨는 본문 내용의 일부임을 알려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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