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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누이
시인 김사인
책<아가야, 엄마는 너를 기다리며 시를 읽는다>중에서.,,
57번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길
여섯 살쯤 됐을까 계집아이 앞세우고
두어살 더 먹었을 머스마 하나이 차에 타는데
꼬무락꼬무락 주머니 뒤져 버스표 두 장 내고
동생 손 끌어다 의자 등을 쥐어주고
저는 건드렁 손잡이에 겨우겨우 매달린다.
빈자리 하나 나니 동생 데려다 앉히고
작은 것은 안으로 바짝 당겨 앉으며
'오빠 여기 앉아' 비운 자리 주먹으로 탕탕 때린다
'됐어' 오래비자리는 짐짓 퉁생이를 놓고
차가 급히 설 때마다 걱정스레 동생을 바라보는데
계집애는 앞 등받이 두 손으로 꼭 잡고
'나 잘하지'하는 얼굴로 오래비를 올려다 본다.
안 보는 척 보고 있자니
하, 그 모양 이뻐
어린 자식 버리고 간 채 아무개 추도식에 가
술한테만 화풀이하고 돌아가는 길
내내 멀쩡하던 눈에
그것을 보니
눈물 핑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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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보면서 무언가를 말하는 것 보다
시를 보면서 머리로 그린 그림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에 글을 올립니다.
아이들의 몸짓과 말에 미소 짓고 술에 취하여 사랑스런 아이들을 보는 어른의 눈빛에서 서글픔이 느껴집니다.
누군가를 보내고 집에 가는 길.
어린 오누이의 정다움에 내 삶의 무게가 더욱 무겁게 느껴집니다.
저작권 문제시 바로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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