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제 5회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구효서, 김훈,성석제, 윤대녕,은희경,임철우,하성란,김연수,박성원 저 / 중앙일보,문예중앙
<책소개>
제5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수상작 김훈의 <언니의 폐경>을 비롯하여 하성란 <웨하스로 만든 집>, 박민규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김연수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등 총 열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바다개미 후기>
수상작 김훈의 <언니의 폐경>은 여동생의 목소리와 시각으로 50대 두 자매가 겪어가는 늙어감, 남편의 떠남, 자식들의 이기심과 배신, 잔잔하지만 분명한 허무감 등을 촘촘하면서도 긴장감 넘치게 풀어냈다.
문학상을 받은 김훈의 <언니의 폐경>을 비롯한 소설가들의 단편이 모여 있다. 내가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좋아하는 이유는 긴 호흡으로 소설을 읽는데 서투른 내가 나에게 맞는 작가를 찾는데 매우 재미있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원래 김훈의 필체를 좋아해서 집어든 책이지만 김훈을 비롯한 다양한 작가들을 만났고 마치 현실처럼 느껴지는 소설의 맛도 조금은 느낄수 있었다. 모두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나에게 와 닿은 작품들을 소개하려 한다.
김훈의 <언니의 폐경은> 노년에 접어든 50대에 혼자 살게 된 두자매의 이야기로 인생의 황혼기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작품이다.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인생의 소용돌이를 지나온 자매가 서로의 인생을 관망하듯 관찰한다. 그 중 언니가 보여주는 몸과 태도의 변화는 노년을 더욱 담담히 드러낸다.
"봄에는 달래와 냉이를 잘게 썰어서 반반씩 섞고 거기에 흰 쌀밥을 비벼서 간장과 깨소금을 쳐서 먹었고 여름에는 물에 만 밥 위에 새우젖을 한 마리씩, 또는 파래무침을 한 올씩 얹어서 먹었다. 고추장에 찍어 먹는 오이지도 언니의 여름 반찬이었다. 언니가 까탈 없이 편안해 하는 반찬은 꽈리고추를 넣고 간장에 졸여낸 멸치볶음, 미나리를 섞어 넣은 물김치 , 그리고 연근 부침이었다."
언니가 고기를 거부하면서 소박해 져 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열정 자리에 남은 안도나 편안함이 몸에도 묻어 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편의 죽음도 이렇게 조금씩 나를 바꾸어 가면서 받아들이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소설 속에서 언니를 괴롭히는 생리도 어쩌면 세월의 응어리가 빠져 나가면서 후뢰보다는 추억이 자리잡는 과정 아닐까 추측해 본다.
박민규의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는 세상으로 부터 소외된 고등학생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아무런 불평이나 원한 없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그는 낮에는 주유소에서 밤에는 편의점에서 일하고 아침에는 지하철 '푸시맨'이 되어 사람을 밀어 놓는 아르바이트 까지 한다. 출근하는 아버지는 아주 거칠게 지하철 안으로 밀어 넣는 주인공, 떠 밀려 지하철로 들어가는 아버지의 신음이 들리기 보다는 고생하자던 아버지의 말이 귀가를 맴도는 퍽퍽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말미에 자다가 깨서 발견한 기린에게 모든 걸 털어 놓고 그 기린이 아버지가 아닐까 묻는 상황은 어쩌면 아버지에게 모든 걸 알리고 각자 몫을 살아가가기 보다는 함께 힘을 합치는 다른 방식의 가족을 꿈꾸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털어 놓을수 없는 무거운 삶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던 마음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박성원의 <인타라망>은 무한히 큰 그물인데. 그 인타라망이라는 거대한 그물을 빌려 세상살이가 그물처럼 서로 촘촘히 엮여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식물상태에서 깨어낸 남자와 언제부터인지 그를 간호하던 남자의 상황을 통해 뚜렷히 들어난다. ' 왜 이 남자는 나를 간호할까' 생각하지만 그 생각의 끝에는 나의 오해 끝에 죽이려고 했던 사내의 엄마와 엄마의 죽음을 알고자 하는 사내가 있을 뿐이다.
"왜 세상은 내 생각과 의지와는 아무 상관 없이 잘 돌아가고 있는 걸까? 내 가 한 일이라곤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이었는데....삶이란 게 고작 죽음을 향해 질주하는 것이라고는 하나, 그리고 이성적인 최선의 선택이란 게 결국 이기적으로 합리화 하는 것이라고는 하나 어째서 죽음은 삶을 의식하지 못하고 삶의 논리만 이 세상에 가득한 것일까."
사내의 비극과 주인공의 비극을 통해 우리의 삶은 그물처럼 엮어 있고 본인의 의지만으로도 살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임철우의 <나비길>은 황천읍이라는 산간 마을의 중학교에 부임한 생물선생 '기병대'와 '황천이발소' 주인 양씨이의 이야기다. 나비를 좋아하는 선생님이 나비의 변태과정을 설명해주고 변태선생이라는 별명을 얻고 사람들에 의해 진짜 변태로 만들어 지기 까지 그리고 그가 모든 삶에 놓인 끈을 거두어 들이기 까지 여정이 나비길로 표현된다. 특히 황천이발소에서 전해지는 대화를 통해 인물들의 성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는 지금껏 자신의 삶 또한 호랑나비처럼 빤히 정해진 길만을 따라 왔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여 한 발짝이라도 벗어날까 두려워, 스스로를 끊임없이 부정하고 외면하려 애쓰면서, 세상이 정해준 길을 위태위태하게 따라가야만 하는 삶, 그런데 지금 그 길이, 아니 자신의 발걸음이 조금씩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음을 이발사는 느끼고 있었다. "
이발사 몸에 기억된 두려움과 사람들이 보고자 하는 대로 보는 이기심이 한 사람을 날려버렸다. 우리의 오감 그리고 지식 이성 이 얼마나 내 기준으로만 되어 있는지 다시금 반성해 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소개한 단편소설을 비롯하여 윤대녕의 <탱자>, 하성란 <웨하스로 만든 집>, 구효서 <소금가마니> , 김연수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 은희경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 등 우리네 삶과 의식을 다시금 생각해 볼수 있는 소설이 많았다. 수상작품집이 매력적인 또다른 이유는 각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어 각기 다른 생각을 이끌어 낸다는 점이다.
* 초록색 글씨는 본문내용의 일부임을 알려드립니다. *
* 책소개와 도서표지는 교보문고 참고 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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