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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도 가슴이 시리다.
시인 이정록
시집 <가슴이 시리다> 중에서..
남쪽으로
가지를 몰아놓은 저 졸참나무
북쪽 그늘진 둥치에만
이끼가 무성하다
아가야
아가야
미끄러지지 마라
포대끈 끈을 동여매듯
댕댕이덩굴이
푸른 이끼를 휘감고 있다
저 포대기 끈을 풀어보면
안다, 나무의 남쪽이
더 깊이 파여 있다
햇살만 그득했지
이끼도 없던 허허벌판의 앞가슴
제가 더 힘들었던 것이다.
덩글이 지나간 자리가
갈비뼈를 도려 낸 듯 오목하다.
졸참나무에 이끼 낀 덩굴이 휘감고 있는 모습에 시인은 포대기를 떠올렸습니다.
'미끄러지지 마라' 외치는 음성에서 걱정하는 마음이 다가옵니다.
끈을 풀었을 때 더 깊게 파인 허허벌판의 앞가슴은 그간 온갖 비바람을 대신 견뎌낸 부모의 희생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덩굴이 지나간 자리가 도려낸 듯 오목하듯' 우리도 부모의 사랑을 걷어내면 오목하게 파여 있을 것 같다.
* 해당 시의 저작권은 시인에게 있습니다.
* 저작권 문제시 바로 삭제조치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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